[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英외무장관, '코리아 포비아'로 강경화 회담 파토?…"자가격리 중이었다"

2020-03-04 10:50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영국 방문
영국 외무장관 '개인사정'으로 한·영 외교장관회담 취소
'코리아 포비아' 연장선으로 강 장관 '홀대 논란' 불거져
영국 "외무장관, 코로나19 의심증상으로 자가격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한국발(發)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을 강화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에 대해 입국을 금지한 국가가 38개국, 격리 조치를 하거나 검역을 강화한 국가는 총 54개국에 이른다. 도합 92개국이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코리아 포비아'가 급속도로 확산 중인 가운데 최근 영국 런던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영국 외무장관과 예정됐던 회담을 하지 못하면서 '홀대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선 한·영 외교장관회담 또한 '코리아 포비아'의 연장선으로 취소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① 한·영 외교장관회담, 왜 취소됐나?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 외무부 청사에서 예정됐던 한·영 외교장관회담이 무산된 것은 영국 측 사정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직전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회담을 취소해야겠다는 의사를 한국 측에 전했다. 당시만 해도 회담 취소의 구체적 이유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에 강 장관은 당초 예정됐던 라브 장관과 회담 대신 맷 핸콕 보건복지부 장관과 면담했다.

이를 두고 "공식 발표된 양자 외교장관회담이 연기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강 장관이 영국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퇴짜맞았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발 더 나아가 강 장관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이 입국을 제한당하는 가운데 출장을 가는 게 맞느냐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② '개인적인 사정'은 무엇이었나?

라브 장관의 '개인적인 사정'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자가격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BBC에 따르면 라브 장관은 지난주 몸에 이상을 느끼고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동시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라브 장관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업무에 복귀했다.

한·영 외교장관회담이 무산된 후 라브 장관은 지난달 28일 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자는 대화를 나눴다.

외교부에 따르면 전화를 걸어온 라브 장관은 갑작스러운 개인 사정으로 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하지 못한 것에 깊은 사과를 재차 표명했다.

이에 강 장관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영국 정부가 한국인에게 조처를 할 경우 사전 협의를 해 달라고 당부했으며, 라브 장관은 한국의 대응을 높이 평가하며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③ 정부, 외교장관회담 무산 논란에도 왜 함구했나?

라브 장관은 강 장관과 통화에서 코로나19 검사와 자가격리 때문에 회담을 취소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여러 논란에도 한·영 외교장관회담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 함구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이 불발된 직후 "영국 측은 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사과를 표명했고,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추진하길 희망했다"는 설명만 내놨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다만 영국 내에서 라브 장관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우리 측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홀대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에 주한 영국대사관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에 세심한 배려를 보여주신 한국 외교부 관계자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며 "아쉽게도 이번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으나 앞으로도 양국은 함께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맷 핸콕 영국 보건복지부 장관을 면담하며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