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쏠린 눈···"매각작업 순항"

2020-03-03 18:07
HDC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미국·중국·러시아·터키 등서 기업결합심사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도 제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하면서 슈퍼 저비용항공사(LCC)가 탄생한 가운데 다음 타자인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작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이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항공업계 재편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일본 여행 보이콧 운동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외부 악재가 겹치며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빠져있어 HDC현대산업개발을 두고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HDC현대산업개발은 4월을 목표로 차질없이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3일 재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운영자금 약 3207억원의 조달을 위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신주 발행가는 1만4600원으로 확정됐다. 유상증자는 5∼6일 구주주 청약이, 10∼11일 일반공모 청약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HDC현대산업개발은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투입하고, 내달 회사채 공모를 포함 1조194억원 규모의 금융권 차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월 30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업결합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합병 대상 2개사 가운데 한쪽의 자산 총액이나 매출이 3000억원 이상이고, 나머지 한쪽의 자산이나 매출이 300억원 이상이면 반드시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고,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에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이는 자료 보정에 드는 기간이 제외된 순수한 심사 기간으로 자료 보정 기간을 포함하면 실제 심사 기간은 120일을 초과할 수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미국, 중국, 러시아, 터키, 카자흐스탄 등 외국에도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인수 결정 당시보다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통매각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모두 재무 상황 등이 더 악화해 HDC현대산업개발의 고민은 깊어진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작년 영업손실이 3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작년 매출액은 5조9538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올해 예상 적자가 7000억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에어부산도 작년 영업손실 505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연초부터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지난달 18일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지난 2일에는 모든 직원에게 이달 중 무급 휴직 10일을 실시하도록 하고 아예 3월 급여에서 전 직원의 급여 33%를 일괄 차감하는 자구책 강화안을 내놨다. 이달부터 사장이 급여 100%를 반납하고 임원은 50%, 조직장은 30%를 각각 반납하기로 하는 등 급여 반납 비율도 높였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 LCC 6곳 사장단은 지난달 28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지금 LCC는 작년 일본 불매 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