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푸라기라도…' 전도연, '칸의 여왕'을 넘어서려

2020-02-26 16:21

"한때는 '영화나라 흥행공주'가 제 별명이었어요. 어느 샌가부터 '전도연' 하면 다가가기 어려운 이미지가 되었지만요. '칸의 여왕'은 넘어서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작품성이든 흥행성이든··· 스스로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배우 전도연(47)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시험한다. "이만하면 됐다"고 자기만족을 할 법한데도 그는 숙제를 만들고 도전하고 싶은 리스트를 짠다.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은 전도연의 '도전 의식'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작품. 그가 바라는 대로 영화적 재미도 충분한 데다가 흥행성도 갖췄고 첫 '떼주물(멀티캐스트)'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연희 역의 배우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지푸라기' 연희 캐릭터는 정말 세죠. 시나리오를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했어요. 하면 할수록 부담스러울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연희만으로도 충분할 거로 생각했고 편하게, 가볍게 접근하자고 생각했어요."

연희는 어두웠던 과거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술집 사장이다. 그녀 앞에 모든 것을 청산하고 새 인생을 살 수 있을 만큼의 거액의 돈이 나타나고 그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절망에 빠진 이들의 헛된 희망을 이용, 범죄의 '큰 판'을 짜기 시작한다.

영화 개봉 뒤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건 전도연의 열연이었다. 그의 연기야 언제나 일품이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연희는 전도연만이 표현할 수 있는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다.

"칭찬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걱정이었어요. '이 호평이 정말 좋은 걸까? 영화에 도움이 될까?' 관객들에게 기대치를 너무 키우는 것 같기도 하고, '지푸라기'가 오락적으로 재밌는 영화인데 저의 이름 때문에 '무거운 영화 아닐까?' 오해할까 봐 걱정도 됐거든요."

대중들에게 전도연은 '칸의 여왕'으로 불리곤 했다. 그러나 그는 이따금 대중들에게 거리감을 느꼈고 "얼마든지 대중성 있는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지난해 '백두산' 특별출연을 했어요. 저조차도 찍어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주변 분들이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연락을 하셨더라고요. 생각보다 반응도 정말 좋고 기하급수적으로 관객 수가 늘어나는 걸 보며 놀라고 가슴도 뛰었어요. 자고 일어나면 100만씩 늘더라고요!"
 

'지푸라기라도···' 연희 역의 배우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새해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고 마음먹지만 올해는 더욱 특별하다고 고백했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을 깨고 부술 필요는 없지만, 더 폭넓은 세계를 만나고 싶었다.

"다양한 선택을 하고 싶어요. '백두산'을 보면서 '아, 내게도 저런 모습이 있는데···' 퍼뜩 깨달았어요. 잊고 있던 저의 모습이에요. 증명하지 않으면 (관객들도) 믿을 수 없어요. 앞으로 제가 어떤 작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계속해서 시도해보고 싶어요."

전도연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너무도 사랑했고 그것이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고백했다.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연기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한때는 영화나라 흥행공주라 불렸었다"고 말해 인터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사실 그런('텐트폴 영화') 영화도 안 들어와요. '전도연이 할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백두산' 출연했을 때도 다들 깜짝 놀랐다고 했어요. 예전에는 저도 완벽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고 스스로 완벽해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부족하다면 채워나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 전도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대중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방안으로 '예능'을 제안해보았다. 전도연은 "익숙하지 않아 겁난다"며 "작품과 예능은 또 다른 것 같다"고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품으로 나를 드러내는 것과 예능으로 드러내는 게 다른 거 같아요. 개인의 행동, 생각이 드러나는 것에 관한 두려움이라고 할까요? 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몰라요. 사실 나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데. 미디어에 '전도연'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그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해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네가 이렇게 말했잖아'라고 끄집어내죠. 저는 계속 바뀌는데도요. 아직은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해보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 마다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전도연에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지 물었다.

"'도전'이겠죠? 저는 다양한 작품을 찍어왔지만, 장르적으로는 국한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다양하지 못했죠.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하고 싶어요. 제가 해온 것보다 아직 안 한 게 훨씬 더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