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산의 부장들' 이희준 "이병헌 연기 감탄, 빼먹고 싶을 정도"
2020-01-29 14:58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하기까지 40일 동안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에서 배우 이희준(41)은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았다.
알다시피 곽상천은 박정희 전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 좀체 열 내는 법 없이 정제된 어조로 말하는 '남산의 부장들'에서 가장 뜨겁고 직선적인 인물이다. 작품 속 캐릭터들과 다른 결을 가진 곽상천은 지금까지 이희준이 보여준 캐릭터들과도 다르다. "말하는 바와 속내가 일치하는"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곽상천은 이희준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처음엔 '그가 왜 이토록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 이해할 수 없었어요. 곽상천이 하는 행동이나 대사를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말 할 수 있지?' 의아하기도 했죠. 말도 안 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끝내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작품 한 편을 끝낼 때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넓어진다.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이 아니었다면 곽상천 같은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볼 일이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해야 할 포인트는 대사를 두고 어떻게 믿고 표현해야 하는가인데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사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자고 결론 내렸어요. 순수하게 각하를 위해 살고자 하는 모습이 이 영화 그리고 곽상천에게는 적절했던 거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심플하게 연기했어요. 레이어를 씌우고 무의식적 욕망을 깔고 연기해왔고 그런 인물을 좋아했는데 그게 모두 거세당하니까. 불안한 마음도 있었어요. 나중에는 신념을 가질 수 있었고 과감해지기도 했던 거 같아요."
이해가 가지 않던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고단했다. 우민호 감독과 많은 대화 끝에 이희준은 곽상천을 '누구보다 인간적인 인물'이라 정의 내렸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나서는 외적인 부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죠. 시나리오를 보면 곽상천은 내내 소리만 지르는데 왜소해서는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살이 좀 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감독님은 '그럴 필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자긴 배우한테 그런 말을 못 한대요. 하하하. 그래도 캐릭터와 잘 어울리니 체중 증량을 해오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 '대본을 주면 나중에 살찌우겠다고 할 줄 알았다'는 거예요!"
배우가 된 뒤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간 '심리적 가면'을 쓰는 데 고민이 컸던 이희준은 처음으로 '신체적 가면'을 쓰게 됐다.
"'1987'은 정의에 관해, '미쓰백'은 왜 그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지 저만의 명분이 필요했죠. 그런데 '남산의 부장들'은 다른 지점을 고민해야 했어요. 처음으로 100kg가량 살을 찌웠는데 일어날 때도 버겁고 대사할 때도 숨이 차는 거예요. 당혹스러웠는데 캐릭터와는 잘 어울리더라고요. (이) 병헌 선배도 '숨넘어가겠다'라면서 웃긴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즐기면서 했던 거 같아요."
체중 증량보다 감량이 훨씬 더 힘들었다는 이희준은 아직도 바삐 체중 감량 중이라며 한숨을 푹 쉰다. "당뇨가 온다고 해서 급하게 뺐다"라며 고시원까지 끊고 식단조절과 운동으로 몸을 다졌다고.
"'남산의 부장들'로 얻은 건 근육인 거 같아요. 하하하. 제가 웨이트를 정말 싫어하거든요. 평소 요가나 스트레칭을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쇳덩이를 4시간씩 들었죠. 그래도 '남산의 부장들'을 찍고 운동하던 버릇이 남아서 아직도 운동하고 있어요."
2004년 데뷔해 어느덧 중견 배우가 된 이희준이지만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영락없는 막내였다.
"선배님들이 저를 워낙 예뻐해 주셔서요. 하하하. 특히 이성민 선배님은 함께 극단에 있었던 터라 제 몸에 자연스레 깍듯함이 배어 있었죠. 박통을 모시는 곽상천처럼요. 담뱃불 붙이는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다고…몸이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잖아요. 하하하."
그는 선배 배우들의 연기도 끊임없이 극찬하며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성민 선배님은 한 신 한 신마다 인물의 지침이 그대로 느껴지더라고요. 그건 머리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며칠 만에 사람이 확 늙어버리는 게 어떻게 연기로 표현될까. 감탄하면서 봤어요. 정말 멋지죠. (이) 병헌 선배님은 헬기신이 함께 찍은 첫 신이었는데 제가 가슴팍을 밀치고 돌아가느라 그의 얼굴은 미처 보지 못했거든요. 클로즈업으로 표정이 드러나는데 '와! 저 얼굴 너무 좋다. 닮고 싶다'고 했어요. 빼먹고 싶은데 그게 제 속에서 소화가 안 되겠죠?"
영화 개봉 후 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지만 이희준은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에게 아쉬운 점을 발판 삼에 차기작에 발전이 될 만한 부분이 있겠냐고 묻자 "캐릭터의 레이어"를 언급했다.
"제가 여러 레이어를 가진 캐릭터를 좋아하거든요. 겉과 속이 다른 캐릭터요. 이번 작품이 고의로 레이어를 제거하려고 애썼다면 다음에는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해봤으면 좋겠어요. 인간적이고 현미경을 갖다 댄 거 같은 심리적 방어기제 같은 부분까지요."
알다시피 곽상천은 박정희 전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 좀체 열 내는 법 없이 정제된 어조로 말하는 '남산의 부장들'에서 가장 뜨겁고 직선적인 인물이다. 작품 속 캐릭터들과 다른 결을 가진 곽상천은 지금까지 이희준이 보여준 캐릭터들과도 다르다. "말하는 바와 속내가 일치하는"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곽상천은 이희준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처음엔 '그가 왜 이토록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 이해할 수 없었어요. 곽상천이 하는 행동이나 대사를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말 할 수 있지?' 의아하기도 했죠. 말도 안 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끝내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작품 한 편을 끝낼 때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넓어진다.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이 아니었다면 곽상천 같은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볼 일이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이해가 가지 않던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고단했다. 우민호 감독과 많은 대화 끝에 이희준은 곽상천을 '누구보다 인간적인 인물'이라 정의 내렸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나서는 외적인 부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죠. 시나리오를 보면 곽상천은 내내 소리만 지르는데 왜소해서는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살이 좀 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감독님은 '그럴 필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자긴 배우한테 그런 말을 못 한대요. 하하하. 그래도 캐릭터와 잘 어울리니 체중 증량을 해오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 '대본을 주면 나중에 살찌우겠다고 할 줄 알았다'는 거예요!"
배우가 된 뒤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간 '심리적 가면'을 쓰는 데 고민이 컸던 이희준은 처음으로 '신체적 가면'을 쓰게 됐다.
"'1987'은 정의에 관해, '미쓰백'은 왜 그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지 저만의 명분이 필요했죠. 그런데 '남산의 부장들'은 다른 지점을 고민해야 했어요. 처음으로 100kg가량 살을 찌웠는데 일어날 때도 버겁고 대사할 때도 숨이 차는 거예요. 당혹스러웠는데 캐릭터와는 잘 어울리더라고요. (이) 병헌 선배도 '숨넘어가겠다'라면서 웃긴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즐기면서 했던 거 같아요."
체중 증량보다 감량이 훨씬 더 힘들었다는 이희준은 아직도 바삐 체중 감량 중이라며 한숨을 푹 쉰다. "당뇨가 온다고 해서 급하게 뺐다"라며 고시원까지 끊고 식단조절과 운동으로 몸을 다졌다고.
"'남산의 부장들'로 얻은 건 근육인 거 같아요. 하하하. 제가 웨이트를 정말 싫어하거든요. 평소 요가나 스트레칭을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쇳덩이를 4시간씩 들었죠. 그래도 '남산의 부장들'을 찍고 운동하던 버릇이 남아서 아직도 운동하고 있어요."
2004년 데뷔해 어느덧 중견 배우가 된 이희준이지만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영락없는 막내였다.
"선배님들이 저를 워낙 예뻐해 주셔서요. 하하하. 특히 이성민 선배님은 함께 극단에 있었던 터라 제 몸에 자연스레 깍듯함이 배어 있었죠. 박통을 모시는 곽상천처럼요. 담뱃불 붙이는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다고…몸이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잖아요. 하하하."
그는 선배 배우들의 연기도 끊임없이 극찬하며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성민 선배님은 한 신 한 신마다 인물의 지침이 그대로 느껴지더라고요. 그건 머리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며칠 만에 사람이 확 늙어버리는 게 어떻게 연기로 표현될까. 감탄하면서 봤어요. 정말 멋지죠. (이) 병헌 선배님은 헬기신이 함께 찍은 첫 신이었는데 제가 가슴팍을 밀치고 돌아가느라 그의 얼굴은 미처 보지 못했거든요. 클로즈업으로 표정이 드러나는데 '와! 저 얼굴 너무 좋다. 닮고 싶다'고 했어요. 빼먹고 싶은데 그게 제 속에서 소화가 안 되겠죠?"
영화 개봉 후 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지만 이희준은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에게 아쉬운 점을 발판 삼에 차기작에 발전이 될 만한 부분이 있겠냐고 묻자 "캐릭터의 레이어"를 언급했다.
"제가 여러 레이어를 가진 캐릭터를 좋아하거든요. 겉과 속이 다른 캐릭터요. 이번 작품이 고의로 레이어를 제거하려고 애썼다면 다음에는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해봤으면 좋겠어요. 인간적이고 현미경을 갖다 댄 거 같은 심리적 방어기제 같은 부분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