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 무상증자에도 주가↓…약발은 오너 3세에

2020-02-26 10:00
잉여금 줄여 세금 부담 낮추는 경영승계 물밑 작업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왼쪽)과 장남 백인환 대원제약 전무. [자료=대원제약 제공]


[데일리동방] 대원제약이 최근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무상증자는 유동성 확보와 주가 부양 등 호재로 작용한다. 대원제약 주가도 무상증자 공시 이후 반짝 오르는 듯 했으나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장은 이번 무상증자가 오너 3세 승계와 관련 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대원제약은 전 거래일(종가 기준)보다 1.99% 하락한 1만4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대원제약은 지난 3일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보통주 1주당 0.03주를 신규 발행·배정할 예정이다. 총 발행수는 58만926주다. 배정 기준일은 18일, 신주 상장일은 다음 달 6일이다. 회사 측은 해마다 주주친화정책 일환으로 배당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상증자를 단행한다. 신주 대금을 받지 않고 기존 주주들과 회사 잉여금을 나눈다는 의미에서다.

주주 입장에서는 공짜 주식을 받아 보유 주식수가 증가한다. 투자자들은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주 배정을 위해 신주배정일 이전에 주식을 사들인다. 때문에 유동성 확대로 거래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

회계상 자본 계정은 크게 자본금과 잉여금으로 구성된다. 자본금은 주식 총 가치다. '발행주식수×액면가'가 기업 자본금이 된다. 

사실상 무상증자는 기업의 각종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잉여금이 줄어든 만큼 자본금이 늘어나 자기자본 총액은 그대로가 된다. 잉여금을 줄이고 자본금을 늘려도 될 만큼 재무구조가 건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긍정적인 요소에도 대원제약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해만 14.2%가량 떨어졌다.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이하다. 

투자은행(IB)업계는 대원제약 설명과 달리 해마다 이뤄지는 무상증자가 승계와 연관돼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은 지난해 장남 백인환 대원제약 전무에게 58만주를 증여하는 등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무상증자도 유통 주식 물량을 늘려 백 전무 지분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회사 지분율을 높이려면 더 많은 주식이 유통돼야 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무상증자는 잉여금으로 재원으로 회계 처리하는 것으로 기업 자본 총계에는 변동이 없다"면서 "유통 주식수만 증가하는 형식적인 증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창업주 일가에선 승계를 위한 물밑작업으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