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세계 8위 경제국 이탈리아 '유럽의 우한' 되나
2020-02-25 15:12
이탈리아 작년 4분기 성장률 -0.3%....1분기에도 0.5~1% 위축에 경기침체 경고등
세계 8위 경제대국 이탈리아에 경기 침체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면서 올해 1분기에도 경제가 뒷걸음질 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이탈리아 경제는 전분기 대비 -0.3% 성장률을 기록했다. 6년래 최악의 성장률이었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가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따른 중국의 급격한 경기둔화 여파로 최근엔 이탈리아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수출, 관광, 소비 등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2개 분기 연속 위축하면 기술적 침체로 간주한다. 이탈리아가 마지막으로 경기 침체에 빠진 건 2018년 3분기다.
잭 앨런-레이놀즈 캐피털 이코노믹스 선임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번째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로렌조 코도그노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올해 1분기 이탈리아 경제가 전분기 대비 0.5~1%가량 쪼그라들 것으로 내다봤다.
안 그래도 이탈리아 경제는 2년 동안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과 독일 자동차산업 둔화의 충격파 속에서 수출과 제조업이 고전하고 있었다. 내수도 부진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봉쇄와 중국발 공급망 차질은 이탈리아 경제에 또 다른 역풍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로존 3대 경제국 이탈리아의 실질 가계 임금 평균치는 여전히 금융위기 전 수준을 되찾지 못했으며 일자리 증가율은 지난 2년 동안 유로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더뎠다.
특히 최근 급증하는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30%, 이탈리아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북부 롬바르디아와 베니토 지역에 집중돼 있다. 24일 기준 확진자 229명 가운데 롬바르디아에서 172명이, 베네토에서 32명이 각각 나왔다.
이들 지역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자 유럽산 제품의 대형 시장이기도 하다. 이 지역 경기가 악화하면 이탈리아뿐 아니라 이웃국까지 도미노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롬바르디아 주도이자 이탈리아 금융 중심지 밀라노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학교, 관공서, 주요 관광지 폐쇄가 진행됐다. 또 모임으로 인한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24일부터 술집과 나이트클럽이 저녁 6시에 문을 닫도록 했다. 레스토랑은 예외다.
GDP에 약 13%를 기여하는 관광업도 비상이 걸렸다. 유명 수상도시 베네치아를 주도로 둔 베니토에서는 이탈리아 최대 축제인 베네치아 카니발의 마지막 이틀 일정이 전격 취소됐다. 이탈리아의 연간 국내외 관광객은 1억2800만명에 달하며, 해외 관광객이 이탈리아에서 소비하는 돈은 2018년 기준 420억유로(약 55조3150억원)에 이른다.
피렌체 중심부에 호텔 2곳을 운영하는 과이도 카레시는 FT에 "예약 취소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장기화하면 올해 정말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시장은 이런 공포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자산을 내던지면서 24일 이탈리아 증시 간판 FTSE MIB지수는 5.5% 폭락했고,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1%까지 올랐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코로나19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필요시 추가 부양책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미 ECB의 기준금리는 -0.5%로 추가 인하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인 데다 지난 9월 양적완화 재개 결정 후에도 논란이 따른 뒤라 시장은 ECB의 추가 여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