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도쿄올림픽도 불똥...2020 런던올림픽 되나

2020-02-21 15:45
일본 코로나19 대응 능력 의구심 속 도쿄올림픽 불안↑
미국, 중화권 외 처음으로 일본에 여행경보 발령
런던 시장 후보들 "필요하다면 런던이 대신 치르겠다"
올림픽 수혜주 낙폭 두드러져..."취소 가능성 반영"
日 "코로나19에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착실히 준비"

도쿄올림픽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일본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중화권 외 처음으로 일본에 여행경보를 발령했고, 영국에선 런던시장 후보들이 올여름 런던올림픽 개최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시장에선 올림픽 취소 우려를 반영해 올림픽 수혜주들이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일본은 예정대로 도쿄올림픽을 준비한다는 방침이지만, 신속히 코로나19 확대를 막지 못할 경우 올림픽 개최를 둘러싼 불안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제32회 도쿄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진행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국가 재창조'를 꿈꾸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유증을 벗어버리고 전 세계에서 관광객을 끌어들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해 아베의 구상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다.

무엇보다 일본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확산일로인 데다가 일본 정부의 대처를 둘러싼 불안감이 크다. 21일 오전 기준 일본 내 확진자는 728명이다. 수도 도쿄에서만 확진자가 25명을 넘었고 감염 경로를 알기 어려운 확진자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쏟아진 확진자는 634명에 달한다. 이 크루즈선이 집단 감염의 온상이 된 데는 일본 정부의 부실한 대응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탑승객들이 하선해 일상으로 복귀하는 가운데 이들이 새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미국 정부는 일본을 상대로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부는 20일 일본 여행객들에게 '통상적인 예방조치'를 당부하는 1단계 여행경보를 내렸다. 당장 일본 방문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는 없다고는 했지만, 미국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중화권 외 여행경보를 내린 건 일본이 처음이다. 

미국은 홍콩에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는 2단계 경보를, 중국 본토에는 '여행 금지'를 요구하는 4단계 경보를 내린 상태다.

영국 런던에서는 오는 5월 시장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 2명이 필요한 경우 도쿄 대신 런던에서 올림픽을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처해 일본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영국 집권 보수당 소속 숀 베일리 후보는 19일 트위터를 통해 "런던은 2020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며 "우리에겐 기반시설과 경험이 있다. 만약 내가 (시장에) 당선되면 필요할 경우 런던이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를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적었다.

여론조사에서 베일리를 앞서고 있는 노동당의 사디크 칸 현 런던시장 측도 "도쿄올림픽 개최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필요하다면 (런던이)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매체들은 이들 후보의 발언을 주요 뉴스로 상세히 보도하면서 민감하게 반응했고, 일본 누리꾼들도 런던에 올림픽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공식 반응을 자제하는 대신 도쿄올림픽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개최 문제를 재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일본이 (코로나19) 대응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신뢰를 받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IOC, 올림픽조직위원회, 도쿄도와 긴밀히 협력해 안전한 대회가 되도록 개최 준비를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도 19일 코로나19로 인해 도쿄올림픽 일정 변경을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IOC조정위원장 역시 지난 14일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일본 증시에서는 최근 도쿄올림픽 관련주들이 줄추락하면서 올림픽 포기 가능성을 이미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일본 증시 간판 닛케이지수는 이번주 1.2% 넘게 하락했는데 특히 도쿄올림픽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도쿄올림픽 주요 마케팅 에이전시인 일본 최대 광고업체 덴츠가 5% 넘게 떨어졌고, 경쟁업체 하쿠호도 역시 6% 미끄러졌다. 스포츠웨어 제조사인 아식스와 미즈노도 각각 6.8%, 2.3% 추락했다.

미쓰이수미토모신탁자산용의 오시쿠보 나오야 선임 리서치 매니저는 "올림픽 취소는 더 이상 상상 불가능하지 않다. 시장은 이미 이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다만 그는 아직까지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가능성보다는 예정대로 개최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