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일본 팬데믹 현실화하나…"아베 정권 믿을 수 없다" 불신↑

2020-02-16 18:12
"사망자 속출할 경우 정권에 치명타"
감염경로 오리무중 확진자 속속 등장
"아베 정권 관료보신주의가 원인" 비판도

"사망자가 속출할 경우 (아베 신조) 정권은 지탱되지 못한다."

코로나19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고 있다. 16일 일본 요코하마 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내 감염자는 70명 추가됐다. 게다가 일본 도쿄를 비롯한 전 지역에서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 발생 사례가 속속 보고되면서 일본 정치권의 긴장감은 순식간에 높아졌다. 총리 관저에서는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최대한 버텨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의 확산이 제한적이라고 보면서 사전에 위험요소를 차단한다는 이른바 '미즈기와 대책(水際対策)'에 주력해왔다. 때문에 크루즈에서 승객의 하선 자체를 막았던 것이다.  그러나 국내 감염자가 늘면서 정부의 국면 인식은 바뀌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무엇보다도 일본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7월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이 타격을 입는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불참하는 선수단이 늘고 경기 관람객들이 급감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P·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은 곳곳에서 질타를 받고 있다. 니시니혼신문은 "일본 정부는 이미 지역 사회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문가들을 통해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즈기와 대책과 환자 격리를 통해 시간을 벌고, 그 사이에 코로나19 검사와 환자 수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시나리오는 붕괴 직전이다"면서 "대량의 감염자로 의료 시스템 자체가 제 기능을 못하는 사태가 도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 방침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감염자들의 감염 경로는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사망한 80대 여성이 일본 내에서 감염한 사례도 마찬가지다. 숨진 여성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70대 남성의 장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70대 남성은 14일 전까지 국제공항을 갔거나 외국인 손님을 태운 적이 없어 감염 경로가 불확실하다. 그밖에도 중국 체류 경험이 없거나 확진자와의 접촉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들이 지속적으로 나와 일본 사회의 불안은 높아지고 있다. 

요코하마시에 거주하는 30대 남자인 소방국 직원을 비롯해 나고야시의 60대 일본 남성, 홋카이도 거주자 50대 남성 등도 감염 경로가 불투명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중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면 방대한 추적조사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중증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2차 감염의 위험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확한 정보 공개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훗카이도 내에서 발생한 2번째 감염자는 상태는 중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련 지역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기를 재차 거부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환자의 직업, 발병 전의 동선들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처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아베 정권의 비상사태 대응 능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아베 정권은 태풍 쁘라삐룬, 태풍 ‘하기비스’ 등의 피해수습 과정에서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3년간 일본 검찰에서 일했던 고하라 노부오(郷原信郎) 변호사는 일본 허프포스트 기고에서 "7년이 넘게 계속된 아베 정권 하에서 관료들은 자기 보신주의에만 신경쓰고 보기 불편한 것은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면서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관료 조직이 무능화한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정박해 있는 요코하마항 주변을 지나가는 앰뷸런스 [사진=EPA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