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비상경영 넘어 생존경영”…靑 “16개 건의사항 모두 수용” 화답

2020-02-19 19:06
아시아나·주요 LCC 임원 연봉 삭감, 무급휴가 등 허리띠 졸라매기
자동차업계 등 핵심부품 운임 조정·한-중 화물기 증편 허가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불황에 더해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위기감이 커진 항공, 중공업 등 국내 산업계 전반이 앞다퉈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대규모 인원 감축과 희망 퇴직 등 살을 깎는 심정으로 구조조정을 단행, 사실상 ‘생존경영’을 하겠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청와대도 지난 13일 열린 코로나19 대응 관련 대통령과 경제계 간담회에서 제시된 업계의 의견을 모두 수용, 정부 차원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후속 조치를 신속히 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업계의 비상경영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앞서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여객 수요가 급감한 항공업계의 타격이 가장 크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은 지난 12일 비상경영을 넘어 위기경영체제로 전환했다. 티웨이, 이스타항공 등 국내 주요 LCC는 오는 3월부터 6월까지 비용절감을 위해 '주 4일 근무’를 도입한다. 이들 회사는 같은 기간 무급휴직제 단행, 임원 임금 30% 반납 등 인건비 줄이기에 안간힘을 쓸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8일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한창수 사장은 임금의 40%를 반납한다. 특히 모든 임원은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급여의 30%를, 조직장은 20%를 반납한다. 일반직, 운항 승무직, 캐빈(객실)승무직, 정비직 등 모든 직종을 상대로 무급휴직 10일도 시행한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타격이 큰 중공업계도 잇달아 비상경영에 착수했다. 지난달부터 효성중공업은 중공업부문 전력기계사업에서 차·부장급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초고압 변압기 사업이 미국의 반덤핑 관세의 장벽에 부딪혀 실익을 못 내고 있기 때문. 변압기 부문 국내 1위사인 현대중공업그룹 자회사 현대일렉트릭도 고강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두산중공업도 45세(75년생) 이상 사무직, 기술직 등 전직원을 대상으로 내달 4일까지 명예퇴직을 신청받는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에쓰오일도 비상경영 체제다.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실적 악화와 코로나19 파장이 계속되면서 석유시황이 최악의 상황인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황에 코로나19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허리띠 졸라매기는 숙명과도 같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지난 13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관련 경제계 간담회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지난 13일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재계 총수 등이 제안한 모든 건의를 전폭 수용한다고 밝혔다. 핵심부품 긴급조달 운임을 조정하고 화물기 증편 요구시 즉시 허가할 방침이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19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16개 모든 건의사항에 대해 신속히 후속조치를 이행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 회복 흐름을 되살리고자 하는 대통령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업 총수들이 건의한 사항은 △내수진작을 위한 회식 활성화·중국 진출 기업에 대한 대통령 격려 메시지(삼성전자) △중국 현지 기업 방역물품 지원·항공운송 관세(해상운송의 15배)의 해상운송 관세 수준 인하(현대차) △확진자 발생 공장도 부분 가동되도록 중국과 협의 요청·반도체 부품 운송을 위한 한중간 화물운송 감편 최소화(SK) 등이다.

현대차 요구사항의 경우 “정부는 해외 방역물품 생산업체와 중국 진출 기업을 연결해 공장가동을 지원하는 한편 관세청 고시를 개정해 핵심부품 긴급조달시 항공운임에서 해상운임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SK그룹에 대해선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주중대사관과 영사관, 코트라를 총동원해 중국 진출 기업의 공장 조기가동을 협의했다. 이런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한중 화물기는 전편 정상 운영되고 있다며 항공사가 화물기 증편 등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하면 즉시 허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업도 정부를 믿고 코로나19 상황 이전에 예정했던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