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산업기상도] "경기 안 좋다"…돈줄 옥죄는 은행권

2020-02-10 08:05

올해 은행권은 부동산업과 자영업 등 활황을 띠었던 산업군에 대한 돈줄도 옥죌 예정이다.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전쟁을 선언하고, 소비경기가 악화되면서 은행권이 양 업종을 포함한 산업군의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은행권들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관리업종 수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의 은행들은 부동산업, 음식점·숙박업 등을 중점 관리업종으로 선정했다. 두 산업군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매년 상·하반기 한 번씩 특정 산업에 대한 전망과 건전성, 대출비중을 검토해 관리업종을 선정해 관리한다. 선정된 관리업종에 대해서는 대출심사를 강화하거나 대출 한도를 조정한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올 상반기 공통적으로 부동산업을 집중관리 업종으로 선정했다. 정부가 부동산을 강력하게 옥죄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12·16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그 이후 부동산 심리가 위축되면서 건설업체의 체감경기가 악화됐다. 또 지난해 실시된 분양가상한제도 올해 부동산업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이미 부동산과 건설업에 대한 경기 악화는 시작되고 있다. 올 1월 건설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5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한 달 만에 9포인트 하락했다.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12·16 대책 영향으로 향후 집값 전망도 어둡다. 1년 후의 집값 변동 예상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지난 1월 116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9포인트 떨어졌고,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기도 하다. 감소 폭은 14개월 만에 최대다. 이에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 및 건설투자 부진은 경제성장에는 하방압력이다.

은행들도 이런 부동산업의 어두운 전망을 반영해 가계와 기업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과 관련한 돈줄을 본격적으로 죄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히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점점 강화되면서 전체적인 업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모든 은행이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여신관련 부서에서 이런 전망을 담아 이에 대한 대출 심사 강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 전망도 좋지 않다. 내수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지난해 도소매·숙박음식업의 성장세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의 지난해 성장률은 1.1%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의 1.0%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좋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2020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RBSI)'는 전분기보다 3포인트 하락한 88을 나타냈다. 특히 소매유통업의 1분기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37%로 전 분기보다 9%포인트 확대됐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신예대율 대비를 위해 위험가중치가 적은 자영업자 대출을 늘려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높아지는 연체율과 정부 견제 등을 이유로 시중은행들이 이들에 대한 대출 심사도 까다롭게 하고 있다"며 "올해 우량 대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