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산업기상도] 부동산·자영업 증가세 여전…틀에 갇힌 은행 대출 태도

2020-02-10 08:05

은행권이 국내 주력 산업인 제조업을 대신해 부동산업과 자영업(도·소매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예금은행의 산업대출금은 919조8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의 881조3827억원 대비 4.2%(37조7047억원) 늘어난 규모다.

산업군 가운데 눈에 띄게 늘어난 업종은 부동산업이다. 지난해 3분기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96조9585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79조3981억원보다 9.7%(17조5604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의 부동산업 대출은 10년 전인 2009년 3분기의 80조206억원보다 146.1%(116조9379억원) 급증했다.

자영업 대출 잔액도 증가폭이 컸다. 2009년 3분기 71조1506억원이던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120조2886억원으로 69.0%(49조1380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113조565억원보다는 6.3%(7조2321억원) 늘어났다.

두 산업군의 대출 증가세는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10년 대출 증가율인 62.9%(125조2454억원)을 상회한다. 은행권의 제조업 대출 잔액은 2009년 3분기 198조9813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324조2267억원으로 늘었다. 은행들이 제조업에 투입한 자금을 줄이는 대신 부동산과 자영업 중심으로 대출의 중심을 이동시켰다는 의미다.

제조업 경기는 지속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연간 제조업 국내 공급지수는 104.3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제조업 국내 공급은 2018년(-0.8%)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감소했다.

반면, 부동산업은 지난 10년간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활황을 띄었다. 특히 지난 2014년 부동산 관련 규제가 완화된 이후 부동산 시설 자금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부동산업 시설자금 대출은 부동산 임대업자들이 건물을 새로 짓거나 기존 건물을 매입할 때 필요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부동산 시설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 2014년 1분기 46조7321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37조7006억원으로 194.6%(90조9685억원) 급증했다.

자영업 대출이 늘어난 건 도소매·숙박·음식업종의 창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2분기까지 이들 업종의 신설법인 수는 6342개로 전 분기 5980개보다 6.0%(362개) 증가했다. 갑작스럽게 늘어난데다 최저임금과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빚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의 지난해 3분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도 59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 1년간 이어진 내수 불경기 속에 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에서의 빚도 크게 늘렸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한 수출 경기 악화로 제조업이 악화되면서 그동안 부동산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대출 잔액이 늘었다"며 "올해는 이와 같은 업종들에 대한 대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전망이 어둡게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