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재보험 도입] 가격·금리 따라 셈법 복잡…계약재매입·이전 도입 필수

2020-02-03 08:02
활성화 미지수…다양한 부채감소 방안 마련 필요

공동 재보험이 도입될 예정이지만 활성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보험사가 고금리 상품의 리스크를 재보험사에 이전할 수 있게 됐지만, 그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사는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에 들어가는 금융비용과 공동 재보험에 따른 가격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동 재보험은 금리 역마진 위험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에 금리리스크를 재보험사에 넘겨 향후 수익 및 부채 변동성을 낮출 방안이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금리위험을 넘기는 만큼 재보험사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아무리 재무 상태가 좋은 재보험사라 할지라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한정돼 있고 그에 따른 비용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공동 재보험이 도입된다고 해도 보험사들은 비용 문제로 인해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재보험 비용과 산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유상 증자 등 자본확충에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비교해 공동 재보험과 증자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관계자는 "공동 재보험 활성화의 관건은 결국 가격인데 재보험 비용과 자본확충을 통한 금융비용이 크게 다르지 않으면 공동 재보험은 의미가 없다"며 "다만 자본확충 시 신용등급이 낮거나 한도가 소진된 회사는 비용이 많이 발생하더라도 재보험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공동 재보험을 시작으로 다양한 부채감소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중 하나가 보험 재매입이다. 보험 재매입이란 보험사가 과거 팔았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 계약자에게 프리미엄을 주고 보험 계약을 되사들이는 방식으로 해지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벨기에 생보사들은 지난 2014년부터 금리하락에 대응 차원에서 과거 팔았던 고금리 확정형 보험 계약 상품을 재매입해 이차 역마진 부담을 해소한 경험이 있다.

보험 재매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보험해약과 보험 유지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벨기에처럼 환매 프리미엄에 대한 세금을 부여하지 않는 등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또 다른 방법은 계약이전이다. 대만 알리안츠생명은 2018년 5월 4% 이상의 고금리 계약 7만8000건(약 1조300억원)을 대만 중국 생명으로 이전해 영업손실에서 영업이익으로 전환됐다. 중국 생명은 계약이전을 통해 시장점유율이 2.6%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계약이전제도는 방법은 M&A가 아니어도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 허용될 경우 보험을 확장하려는 금융지주가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 강화를 대비하기 위한 선택지가 많아져야 한다. 지금은 자본확충이라는 방법밖에 없지만 공동 재보험을 시작으로 다양한 수단이 생기면 그에 따른 대비책도 많아질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어 앞으로 다양한 방법이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재보험이 도입될 예정이지만 활성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금융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