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룰, 사외이사 임기 제한... 경영권 침해vs주주권 강화?

2020-01-27 13:54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상법 시행령의 시행이 임박해 지면서 기업들이 비상이 걸렸다. 당초 유예기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2월에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충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공적 연기금의 공시 의무가 완화되고 사외이사의 임기가 제한되는 것과 관련한 대책마련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혈세로 운영되는 연기금들이 당연히 행사해야할 권한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대립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자본시장법·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에는 흔히 ‘5%룰’로 알려진 기관투자자의 상장사 5% 이상 지분 보유에 따른 공시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에 경영참여로 분류됐던 배당 관련 주주활동,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등이 앞으로는 일반투자로 분류된다. 지금보다 훨씬 간단한 절차로 기관투자자가 기업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도입 이후 주주권의 행사가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5%룰 완화는) 필요하다”며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오히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5%룰 자체는 기업의 직접적인 자율성을 저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번 개정안은)기업 운영에 대한 규율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자본시장에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주주의 권한이 지분에 맞게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번 개정안은)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기업에 과도한 경영간섭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전무는“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간섭을 내용으로 하는 시행령 개정에 대해 경제계는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경영참여 선언 없이 정관변경 요구, 임원의 해임청구 등을 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증가시켜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교수는 “이번 개정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연기금의 지배구조를 보면 정권으로부터 독립될 수가 없는 구조”라며 “연기금 등의 의결권 행사가 중립적일지에 대해 의심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금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동시에 진행됐으면 더 나은 방향이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한 개정 상법 시행령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내용과 주주총회 소집 시 사업보고서 제공 의무화, 후보자 검증을 위한 시스템 강화, 전자투표 위한 인증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 등이 개정시행령의 골자다.

배상근 전무는 “사외이사의 임기 제한은 인력운용의 유연성과 이사회의 전문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또 “주총 소집 시 사업보고서를 첨부토록 하는 것은 사업보고서의 완결성을 해치는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기업 경영의 자율성 침해는 결과적으로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사외이사의 목적을 위해서는 임기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사회책임투자 자문기관) 대표는 “사외이사는 기업감시를 위한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데 임기가 길면 결국 기업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며 “사외이사의 의무인 기업에 대한 견제와 균형유지를 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외 이사는 일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많은 연봉을 받는 측면이 있는데 연임을 위해 기업에 우호적으로 될 수 있다”며 “기간을 제한하는 것에 찬성하고 3년 단임제가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번 개정 상법 시행령에 대해 “장단점이 있다. 임기가 늘면 경영상 장단점 분석도 가능해지고 정보를 파악해 옳은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며 “다만,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3년 임기로 한번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투표를 쉽게 하거나 사업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것은 주주권 강화를 위해 긍정적인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