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시대]②12년째 제자리…대학들 “입학정원 줄면 더 위기”

2020-01-23 08:53
1989년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급등해
사립대 평균 등록금 연 745만원
유은혜 부총리 “사립대 등록금 여전히 국민 부담”

교육부가 12년째 등록금 동결정책을 유지하면서 재정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대학들은 현 수준의 등록금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들은 “학령인구가 감소해 입학정원이 줄어들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육당국의 대학 등록금 동결정책은 ‘반값 등록금’ 법안이 2007년 통과되면서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했고, 2008년에는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 요건에 ‘등록금 동결·인하’ 조건을 거는 등 13년째를 맞고 있다.

여기에 교육당국이 대입정원 감축을 요구하며 대학의 등록금 수익은 사실상 감소했다.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감축한 대입정원은 6만여명이 넘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대학 입학금 폐지정책을 추진했다. 지난 2018년 전국 41개 국공립대가 입학금을 전면 폐지했고, 사립대는 단계적으로 입학금을 줄여 오는 2022년에 완전 폐지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사립대 등록금 평균은 745만6900원으로 2008년 741만4800원 대비 0.57% 인상됐다. 국립대는 마이너스 1.68%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21.8%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1989년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전까지는 교육부와 예산당국이 협의해 인상률을 책정했다.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대학 등록금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4년간 사립대 등록금은 4.9배, 국립대는 4.1배 올랐다. 이 기간 연평균 등록금 인상률은 사립대 7%, 국립대 5.8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회원국 37개국과 비회원국 9개국 등 46개국을 대상으로 한 2019년 OECD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18학년도 한국 사립대학의 연평균 등록금(학부 수업료 기준)은 8760달러로, 조사 대상 국가 중 4번째로 많았다. [그래픽=연합뉴스]
 

대학 등록금이 가파르게 인상되자 정부·국회는 2011년 고등교육법을 개정했다. 이때부터 대학들은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 등록금을 올릴 수 없게 됐다.

감사원도 합세했다. 전국 35개 대학의 5년간 예·결산 내역을 들여다보고 지출예산이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대학등록금을 13% 가량 인하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2012년에는 전체 사립대가 등록금을 평균 3.8% 내렸고, 국공립대 인하율은 5.7%였다.

등록금이 대학 수익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문제다. 2010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구센터에서 발간한 ‘통계로 본 한국과 세계교육’에 따르면 4년제 일반 사립대학의 수입구조는 2009년 등록금 수입이 65.4%로 가장 많은 비중을 보였다. 기타 수입을 제외하고 △전입금수입 8.2% △기부금 3.4%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국립대학은 국고보조금이 53.8%, 기성회비 22.8%, 발전기금 3.6%의 수익구조를 보였다.

국내 사립대의 등록금 수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2015년 OECD 교육지표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2019 지표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교육부 출입기자단과 함께 한 간담회에서 “사립대 기준 연간 750만원 등록금이 국민 입장에서 부담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며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정책 유지 기조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