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새해부터 가전 신제품 출시 '맞불'

2020-01-22 14:41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새해부터 가전 신제품을 같은 시기에 공개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8K TV 화질 경쟁이 가전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최근 한층 진화한 음성인식과 인공지능(AI)을 내세운 새해 첫 신제품으로 에어컨을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하루 일찍 에어컨 신형을 선보였지만 올해는 삼성이 더 빨랐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서울 우면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2020년형 무풍에어컨을 선보였다. LG전자는 바로 다음날인 16일 2020년형 LG 휘센 씽큐 에어컨 신제품 29종을 출시했다.

양사 제품의 가장 큰 차이는 청소 방식이다. 삼성은 사용자가 직접 제품을 분리해서 청소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한 반면, LG전자는 소비자가 직접 청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자동 관리와 더불어 원할 때 언제든 사용자가 수동으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에어컨은 건강과 직결된 제품이라는 점에 주목했지만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한 셈이다.
 

LG전자는 지난 16일 2020년형 LG 휘센 씽큐 에어컨 신제품 29종을 선보였다. [사진=LG전자 제공]

양사는 지난해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서 자사가 1등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출시간담회에서 "올해도 시장 리딩 포지셔닝이 가능할 것 같다"며 넌지시 '업계 1위'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감규 LG전자 H&A사업본부 에어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 역시 신제품 발표회에서 "삼성전자보다 LG전자의 에어컨 판매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국내 에어컨 시장의 정확한 시장 점유율 파악은 어렵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에어컨 시장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각 업체별로 구체적인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사가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다. 

2월에는 세탁기와 건조기 출시가 예고돼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AI를 통해 가전이 스스로 최적의 상태를 판단해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LG전자 세탁기는 세탁물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의류의 양과 재질을 판단해 세탁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1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삼성 그랑데AI 론칭 알림 신청을 받는다.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삼성전자 역시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2월 중에는 '그랑데AI'를 출시한다. 그랑데 건조기AI와 그랑데 세탁기AI로 구성된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해당 제품을 출시하려고 했지만, 새해에 신제품을 선보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출시 시기를 조정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같은 제품군을 출시하는 것을 두고 지난해 8K TV 화질 경쟁으로 시작된 신경전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8K TV가 기술력에 대한 자존심 싸움이었다면 에어컨과 세탁기, 건조기는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볼 수 있다"며 "LG전자가 '가전명가'라는 타이틀을 보유하며 승승장구하다가 지난해 건조기 사태로 삐끗하자 삼성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가전에서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날부터 23일(현지시간)까지 사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The Kitchen & Bath Industry Show) 2020'에 나란히 참가해 혁신 가전을 선보이며 글로벌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1일부터 2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KBIS 2020'에 참가해 혁신 빌트인 가전제품들을 선보인다. (위)삼성전자 모델이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주방가전을 소개하고 있다. (아래)LG전자 부스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삼성·LG전자 제공]

[사진=LG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