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음 내는 혁통위...갈 길 먼 '보수대통합'

2020-01-18 06:00
새보수당 "한국당 혁신하려는 의지 있기는 한가"
한국당 "논의는 혁통위 중심으로...물밑 접촉 하자"
우리공화당 "탄핵의 강 건너자?...배신 세력에 면죄부"

보수대통합 기구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에서 파열음이 나온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보수 통합 형식과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보수대통합 열차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통위 회의는 새보수당 정운천·지상욱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각각 일정과 건강상 이유로 불참을 알렸지만, 사실상 혁통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새보수당은 혁통위와 별도로 ‘한국당·새보수당 일대일 협의체’ 구성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지상욱 의원은 일대일 협의체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박형준 혁통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태경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이날 당대표단회의에서 한국당을 향해 “통합하자면서 통합을 법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양당 통합 협의체를 거부하는 것은 통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한국당 스스로 우리는 가짜 통합 세력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하 공동대표는 “정말 한국당은 보수를 뿌리부터 재건하고 혁신하려는 의지가 있긴 한 것인가”라며 “우리가 죽음의 계곡을 건너며 지켜온 개혁보수의 가치를, 총선용 포장쯤으로 여기고 이용하려는 것이라면 당장 꿈 깨시라”고 강조했다.

오신환 공동대표도 “황교안 대표는 새보수당과 통합을 할 것인지, 우리공화당과 통합을 할 것인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며 “탄핵의 강을 건널 생각이 있다면, 개혁보수로 나갈 생각이 있다면 해답은 명료하게 나와 있다”고 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혁통위는 범보수 통합을 해 달라는 국민의 여망을 가지고 마련된 자리”라며 통합 논의는 혁통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어 “통합 여망이 보수정당 지지도에도 긍정적 변화를 주고 있다”며 “범중도·보수 통합을 이루면 반드시 정권심판의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측 협상자로 나선 김상훈 의원도 새보수당과 일대일 협의체보다 혁통위 차원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원은 이날 혁통위 회의에서 “통합 관련 기본적인 논의는 혁통위를 중심으로 하고 정당 간 구체적인 논의 사항이 있다면 당분간 물밑 접촉을 통해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 간 논의가 속도를 내고, 방점을 찍을만한 단계에 와있다면 공개적으로 추진해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새보수당을 향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혁통위가) 출범한 다음 날 ‘우리 먼저 방 두 개를 찜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기득권을 내려놓자면서 왜 저들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주도권을 놓고 싸우려는 것처럼 비치는 자체가 혁신과 통합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했다.

한편,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주도하는 보수대통합에 우리공화당은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것은 배신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새보수당과 통합 내지 연대를 거부했다.
 

발언하는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박형준 위원장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