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입단대회서 AI 사용 실격…"미숙한 운영 사과"

2020-01-15 18:53

바둑 대회에서 인공지능(AI)을 사용하다 발각됐다.
 

재단법인 한국기원[사진=연합뉴스]


한국기원은 1월15일 공식채널을 통해 “지난 14일 서울에 위치한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45회 입단대회' 본선 64강 두 번째 경기에서 K 선수가 C 선수와 대국 중 전자 장비를 착용한 것을 심판진이 발각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기원은 해당 K 선수를 실격 처리하고 향후 사법기관에 의뢰해 적법절차를 밟겠다는 뜻과 함께 미숙한 입단대회 운영에 대해 사과했다.

당시 K 선수는 이어폰을 끼고 대국장에 입장했다. 붕대로 귀를 감싸 이어폰을 숨겼다. 외투 단추에 카메라를 달고 수신기를 옷 안에 감췄다. 대국 중 눈썰미 좋은 심판에 의해 발각된 K 선수는 그 즉시 부정행위를 인정했다. 심판은 그에게 실격 처분을 내렸다.

K 선수는 진술서에서 "주선자의 연락 두절과 프로그램 접속 실패로 입단대회 예선에서는 인공지능 사용에 실패했고, 본선 1회전부터 사용했다"고 밝혔다. K 선수는 대국 내용을 외부인에게 전달했고, 그 외부인은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음 수를 가르쳐 주는 수법을 사용했다. 현재 한국기원은 외부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한국기원은 대국장에서의 휴대전화와 스마트워치 등 전자기기 반입과 소지를 금한다. 대국 전 모두 수거하고 귀가 시 수령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국 중 발각 시 실격 처리 처분을 받는다.

김영삼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으로 자발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전자기기를 반입할 수 없도록 모든 조처를 하고, 전자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김영삼 사무총장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선의의 피해를 본 대회 참가자와 관계자, 바둑 팬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미숙한 운영으로 대회 진행에 차질을 빚은 점도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159명이 출전한 이번 입단대회는 64명이 본선에 올랐고, 1월14일부터 1월22일까지 9일간 열리는 본선에서 5명의 입단자가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