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화산 폭발 피해 확산...백두산은 안전할까? "예의 주시해야"
2020-01-14 01:20
과거 수 차례 폭발한 기록...가장 최근은 1903년
전문가 "백두산 아래 마그마가 활동 중인 건 사실"
"남·북·중 공동연구 어려워"...지질연 등 연구 확대
전문가 "백두산 아래 마그마가 활동 중인 건 사실"
"남·북·중 공동연구 어려워"...지질연 등 연구 확대
지난 12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5㎞ 정도 떨어진 탈(Taal) 화산이 폭발했다. 마닐라 공항이 폐쇄되면서 항공기 170편 이상이 결항됐다. 주민과 관광객 4만50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 인근 주민 20만명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필리핀 화산 폭발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백두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청나라 문헌에는 1903년에 폭발이 있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불과 약 1세기 전까지도 백두산이 폭발했다는 얘기다.
◆백두산, 100년간 쉬다가 최근 다시 움직임 보여
1903년 이후 백두산은 휴화산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지하에 거대한 마그마를 보유한 활화산인 게 확인됐다. 1999년 중국이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백두산에 인공지진을 만들어 지진파의 속도를 측정해 최대 4개의 마그마 방이 존재함을 밝혀낸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백두산이 화산지진, 가스, 지각변형 등 분화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백두산 화산 연구를 해온 전문가들은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해서 꾸준히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재난이지만 공동연구 어려워"
백두산은 북한과 중국의 국경에 있다. 한국과 북한, 중국 간 공동연구가 필수지만 한국이 공동연구를 주도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다. 손 교수는 “중국 측은 백두산에 우리나라 학자들이 관심 두는 걸 껄끄러워하고, 탐사기기 반입이나 행정 절차가 까다로워 암석 시료 채취가 전부였다”며 “북한, 중국, 우리나라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지만 공동연구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도 공동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화산의 경우 꾸준히 모니터링하면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지만, 중국과 북한이 협력을 거부해서 답답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2003년부터 2006년 사이 마그마가 뜨거워지고 산이 부풀어 올라 화산성 지진이 발생하는 등 폭발 징후가 보였지만 지금은 조용한 편인데 새로운 마그마가 공급돼 다시 활발해지면 터질 수 있다”며 “마그마가 백두산에 있다는 건 확인된 사실이니 예의주시하는 게 정답이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은 백두산 남·북 공동연구에 선제대응하기 위해 올 1월부터 '백두산 화산연구단'을 신설, 운영에 돌입했다. 백두산 화산연구단의 목표는 ‘화산 마그마의 생성과 진화 연구’, ‘화산 하부 지진파 속도 구조 영상화’ 등을 통해 마그마 거동 감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연구비 16억원을 투자해 4년간 백두산 화산 활동 대비 '화산 플러밍시스템'(Volcanic Pluming System) 특성화 기술과 화산 감시 기술도 개발한다.
그동안 백두산 화산과 관련해 진행해 오던 유체 거동과 역학적 안정성 분석, 화산의 열적·유체적·역학적 반응 시뮬레이션, 지진파 관측을 통한 화산 활동 관련 지진 발생 특성 분석 등의 연구를 심화·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질연은 "앞으로 백두산 화산관측소와 화산과학기지 구축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연구진이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백두산 화산재해 영향권에 있는 한반도의 국가방재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