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칼럼] 차이잉원의 승리가 갖는 의미
2020-01-12 15:24
내성인과 외성인, 미국과 중국, 청년층과 중년층 대결 구도로 해석
대만 제15대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압도적인 승리로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는 내성인과 외성인의 대결,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쟁, 새로운 대만의 가치관을 지지하는 청년층과 기존 중화민국 체제를 지지하는 중년층의 대결로 읽혀진다. 지난해부터 대만에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통일 방안을 거세게 요구해 온 중국에 맞서 차이 총통과 민진당은 단호한 태도로 대응했다. 이것이 대만의 젊은층을 ‘대만사랑’으로 똘똘 뭉치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번 선거에서 817만표(57.2%) 로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경신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반대로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후보는 552만표(38.6%)로 차이 총통에 265만표 크게 뒤졌다. 특히 한궈위는 자신이 시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가오슝(高雄)시에서도 차이 총통에게 참패했다. 국민당의 선거 전략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은 겹경사를 맞았다. 차이 총통이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됨과 동시에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입법위원 선거에서 안정적 과반수 이상 의석을 확보하면서다. 입법위원 선거 결과 민진당은 전체 113석 가운데 비례대표를 포함해 61석을 가져갔다. 제1 야당인 국민당에게는 과반에 한참 못미치는 38석이 돌아갔다. 나머지 의석은 군소야당이나 무소속에 배정됐다.
이 같은 결과로 홍콩과 대만에 압박을 가하던 중국 정부가 난관에 봉착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이 대만의 안전과 독립을 원하는 세력을 더 단결시켰다는 분석이다.
대만 선거를 취재하러 온 한 홍콩인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 문제 전문가는 “이번 선거 결과는 양안 문제와 홍콩 문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더 많은 반중 세력을 만들지 않기 위해 홍콩과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는 일을 주저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대만과 한국과의 관계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 4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조정호 한인회장은 과거 대만과 한국의 단교, 한국의 금융위기 등의 시기에는 대만 내 우리 교민들이 큰 영향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없었다고 했다. 다만 대만 관광업과 경제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미 중국 정부는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양안 문제는 동아시아 미·중 관계의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