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리뷰] "내가 만든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고?"...쿠첸 로봇쿠커, '집밥' 시대를 열다

2020-01-10 18:22

집에서 좀처럼 밥을 해먹지 않는다. 귀찮을뿐더러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요리에 그다지 재능도 없다. 조리법을 보고 그대로 만들어도 '이게 무슨 맛이지' 싶을 때가 많다.

쿠첸이 연말 출시한 '로봇쿠커 마스터'를 써보겠다고 나선 이유다. 이 제품은 로봇쿠커에 재료만 넣으면 음식을 자동으로 만들어준다고 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간단한 라면조차 물 넣고, 스프 넣고, 면 넣고, 면 저어주고, 달걀 풀고 손이 많이 가는데, 이게 가능하다고?

일단 외관을 봤을 땐 압력밥솥 위에 냄비를 얹은 것 같은 모양이다. 직관적으로 디자인이 돼 있어서 사용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쉽게 작동법을 인지할 수 있었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자동 레시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볼 수 있고, 필요한 양과 만드는 방법도 확인 가능하다.
 

쿠첸 로봇쿠커 마스터 [사진=쿠첸 제공]

자동 레시피로 웬만한 음식은 다 할 수 있다. 저장된 레시피만 200종에 달한다. 반찬과 국, 찜·조림과 같은 한식을 비롯해 파스타, 리조토, 스튜 같은 이탈리아, 스페인, 태국 음식까지 망라했다. 사과잼, 죽, 시저 샐러드 드래싱, 수제비 및 모닝빵, 피자도우 반죽 등도 가능하다. 대추자, 블루베리 눈꽃빙수, 커피, 케이크 등의 디저트류까지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장 처음 만들어 본 것을 콩나물국이었다. 첫 요리로 콩나물국을 택한 것은, 콩나물국은 나에게 만들 수는 있지만 아무맛도 안나는 그런 요리였기 때문이다.

적힌대로 재료를 준비한 후 용량 맞추기에 돌입했다. 음식을 할 때 곤란한 게 '콩나물 500g, 마늘 20g'을 넣으라고 하는 경우다. 집에 저울도 없고, 대체 저게 얼마만큼의 양인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로봇쿠커 마스터는 스마트센서를 탑재해 자동으로 중량을 재준다. 세상 편했다.
 

로봇쿠커로 만든 콩나물국. 평소에 만든 콩나물국은 아무리 애써 만들어도 밍밍한 국물에 콩나물이 떠 있는 그런 맛이었는데 이건 진짜 콩나물국이다! [사진=임애신 기자]

​다만, 재료 중량은 요리 종류에 따라 편하기도, 불편하기도 하다. 모든 재료를 한 번에 넣고 만드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중간에 재료를 투입하는 음식도 있다. 한 번에 넣고 만드는 음식은 중량을 더해가는 방식으로 잴 수 있지만, 섞이면 안되는 재료의 경우 하나 재고 빼고, 다른 재료 넣고 또 빼는 과정이 필요했다.

필요한 재료를 한 번에 넣고 버튼을 눌렀다. 앞에서 지켜보지 않아도 되고, 깜박 잊고 냄비를 태워먹을 일도 없다. 중간 중간 간이 맞나 확인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로봇쿠커 세팅을 마친 후 청소기를 돌렸다.

조리가 끝나면 알림음으로 알려준다. 맛을 봤다. 신기하게 콩나물국 맛이 났다. 내가 만드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물의 양과 불 조절이라고 한다. 쿠첸의 로봇쿠커는 스마트센서로 중량을 정확하게 잴 수 있는 데다 IH 가열 알고리즘 기술로 37도부터 120도까지 세밀한 온도 조절을 해준다. 내부에서 식재료 분쇄와 가열, 젓기도 알아서 해준다.
 

로봇쿠커로 만든 반찬으로 한 끼를 해결했다. 집에서 밥다운 밥을 먹은 게 얼마만인지. [사진=임애신 기자]

만들어진 음식이 맛이 있자 신이 나기 시작했다. 밑반찬 만들기에 돌입했다. 버섯청양고추볶음, 어묵당근조림, 애호박찜, 참치김치볶음, 톳나물을 만들었다. 역시나 굉장히 맛있다.

만들려는 음식의 레시피가 자동 프로그램에 없다고 해도 걱정 없다. 수동 모드로 온도와 시간, 젓는 속도, 방향을 정할 수 있다. 톳나물은 자동레시피에 없어서 수동모드로 만들었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자동모드로 만든 참치김치볶음의 경우 레시피보다 김치를 작게 썰어서 넣었더니 거의 죽이 돼 있었다. 웬만하면 정해진대로 최대한 맞춰서 재료를 손질하는 게 좋다는 교훈.

또 유용하게 사용한 것이 수제비 반죽이다. 평소 수제비를 좋아해서 가끔 집에서 반죽을 해서 먹곤 한다. 사방에 밀가루가 튀고 온 힘을 다 해 반죽을 하고 나면 접시와 손에 늘러 붙어 있는 밀가루를 떼어 내는 게 일이었다. 로봇쿠커가 반죽도 할 수 있다기에 돌려봤는데, 만족 대만족! 반죽 정도도 적당했지만 뒷처리가 확 줄어서 좋았다.
 

조리대가 비좁아서 바닥에서 음식을 만들어봤다. 싱크대나 조리대가 없는 가정 환경에서도 로봇쿠커 하나만 있으면 충분히 음식을 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임애신 기자]

로봇쿠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일품요리류를 만들 때다. 반찬류의 경우 가스레인지나 인덕션에서 만들면 동시에 3~4개를 만들수 있지만 로봇쿠커는 하나씩 밖에 못 만든다. 때문에 반찬을 여러개 만들어 먹는 경우 로봇쿠커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반면, 일품요리의 경우 활용도가 '끝판왕'이다. 로봇쿠커를 빌려서 사용한 기간 중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는데, 평상시라면 각종 배달음식을 불렀겠지만 이날은 로봇쿠커로 음식을 만들었다. 닭곰탕, 닭매운탕, 닭다리살간장조림, 불족발을 로봇쿠커로 만들었다. 지인들이 진짜 집에서 만든 게 맞냐며 수차례 의심했다는 후문.

이밖에 감자전, 떡볶이, 만능된장양념장, 대추차, 굴라쉬, 고구마스프, 새우볶음밥, 맥앤치즈 등도 만들어 먹었다. 내가! 집에서! 이런 걸 만들어 먹다니. 로봇쿠커는 못 만드는 음식이 없다. 

로봇쿠커를 사용하는 동안 배달음식 의존도가 확 줄었다. 덕분에 식비가 줄었고, 건강해진 기분도 들었다.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 또 요리가 귀찮은 사람에겐 로봇쿠커가 주방 '만능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점
-정확한 중량으로 간을 볼 필요가 없음
-시간 절약, 요리하면서 멀티태스킹 가능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오늘은 내가 000 요리사"

▲아쉬운점
-중량 재는 게 요리에 따라 불편하기도
-스마트센서가 가끔 오작동
-1인 가구에겐 살짝 부담되는 가격대(15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