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IBM-다임러, 양자컴퓨터로 ‘전기차 배터리’ 한계 넘는다

2020-01-09 16:22
8일 CES 현지서 제휴 발표... 차세대 ‘리튬-황’ 배터리 설계 협력

전기자동차는 휘발유와 경유를 연료로 하는 기존의 차량보다 오염 물질 배출이 적어 친환경차로 각광받았으나, 낮은 배터리 용량과 느린 충전 속도가 한계로 지적됐다. 그러나 슈퍼컴퓨터보다 연산이 빠른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이 같은 문제를 뛰어넘을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이 가능해진다.

IBM과 다임러 AG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0’에서 양자컴퓨팅 기술을 통한 연구로,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황’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리튬-황 배터리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성능과 지속 시간이 길고, 폭발 위험이 적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개발한 배터리는 향후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에 탑재된다.

양자컴퓨터는 0과 1, 두 가지 문자를 조합해 순차적으로 연산을 하는 기존의 컴퓨터와 달리 양자의 얽힘과 중첩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연산하는 컴퓨터를 말한다. 0과 1의 조합을 동시에 나타내고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기존 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훨씬 빠르다.

양사는 이 양자컴퓨팅 기술을 미래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양자컴퓨터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서로 다른 리튬을 함유한 분자들을 모델링하면 연구자들이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상태의 배터리를 찾아내는 식이다. IBM에 따르면 이 같은 시뮬레이션은 기존 컴퓨터로도 가능하지만 분자가 복잡해질수록 연산이 느리고 결과의 오류도 많아진다. 이에 데이터를 훨씬 효율적이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IBM은 설명했다.
 

IBM이 'CES 2020'에서 양자컴퓨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준호 기자) 


IBM 측은 “분자 시뮬레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안정적인 화합물의 구성을 찾는 것으로, 분자 내의 전자와 같은 모든 입자 사이의 상호 작용을 시뮬레이션 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라며 “양자컴퓨터가 새로운 분자의 특성을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시뮬레이션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IBM은 이날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 연합체인 ‘IBM Q 네트워크’에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델타항공, 스탠퍼드대, 조지아공대, 로스 알라모스 미국 국립 연구소가 새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IBM Q 네트워크는 IBM이 2017년 12월 삼성전자와 JP모건, 영국 옥스퍼드대 등과 양자컴퓨팅 개발을 위해 출범한 글로벌 커뮤니티로, 현재 100개 이상의 기업과 교육기관, 연구소, 스타트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양자컴퓨팅 기술은 IBM,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뿐만 아니라 캐나다의 디웨이브, 미국 아이온큐와 리게티 컴퓨팅 등의 업체가 연구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슈퍼컴퓨터가 1만년 걸려서 풀 수 있는 문제를 3분 20초 만에 푸는 양자컴퓨터 칩셋 ‘시커모어’를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구글은 80여명의 박사급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국의 양자컴퓨팅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7~8년가량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CES 2020' IBM 부스에 전시된 양자컴퓨터 (사진=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