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임명으로 촉발된 기업은행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자칫 노사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발생할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9일 공식업무 5일차를 맞은 윤 행장은 이날도 서울 을지로 본점이 아닌 인근 삼청동으로 향했다. 임시로 마련된 한국금융연수원 사무실로 출근한 거다. 그가 본집을 두고 '옆집 출근'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지난 3일부터 출근 저지 농성을 벌이는 노조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기업은행 노조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윤 행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청와대와 민주당을 비난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 근절'을 포함한 민주당과의 정책 협약이 파기됐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4월 총선에서 민주당 낙선운동까지 불사하겠다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은행권은 냉소와 우려가 뒤섞인다. 우선 노조의 출근 저지와 철야 농성은 신임 행장이 거쳐야하는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은행 내부가 아닌 관료 출신 국책은행장이 임명될 때마다 노조와 벌이는 '한 판'이 보여주기식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은행 본연의 업무에 제동이 걸려 그 피해가 결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이 노조와 사측의 대척점으로 번진다면 중소기업 지원전략은 물론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금융, 비금융분야 지원의 중추적 역할을 맡는 기업은행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내부적으로는 임원진과 실무 인사가 지체돼 은행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IBK투자증권을 비롯해 임기 만료된 기업은행 자회사의 대표 선임 등 주요 이슈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윤 행장이 유무선 업무보고를 받는다 해도 대면 보고는커녕 제대로된 회의 한 번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기업은행의 주고객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 개선이 어렵다. 또 각종 금융비용 증가에 따른 경영 악화도 불가피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종 피해자는 결국 힘 없는 서민들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적법한 과정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한 행장을 노조가 반대한다고 되돌릴 수는 없다"며 "행장 선임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도 아닌데, 며칠 지나면 잠잠해질 거라 보기 때문에 큰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10년 간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하면서 외적성장을 이룬 건 사실이고, 마땅히 잘 한 일"이라며 "다만 관료 출신 행장이라 해서 자진 사퇴로 몰아세우는 건 도를 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기업은행 측도 조속한 해결을 기대하는 입장이다. 사측은 노조에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지만 노조는 "대화할 이유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신임 행장은 내부 주요현안과 부서별 업무 파악에 나서며 정상적으로 근무중"이라며 "노조와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윤 행장은 이날을 포함해 노조와 재차 접촉하기 전까지 당분간 금융연수원으로 출근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