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우려 없다 어떻게 확신하나?"… 영장기각에 세월호 유가족 강하게 비판

2020-01-09 10:40

"온몸이 떨리고 분합니다. 목숨보다 소중한 내 아이들을 죽인 자들입니다. 구조할 수 밖에 없는 명백한 조건임에도 우리 아이들의 탈출을 막아 죽인 자들입니다, 무슨 근거로 저들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고 확신하시는 겁니까?"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당시 해경 지휘부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희생자 유족들이 이같이 표현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는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내려진 9일 입장문을 내고 "사법부의 오만무도한 구속영장 기각 판결은 역사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라며 "피해자 가족들은 이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가족협의회는 "무려 5년 9개월간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막기 위해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해 증거를 훼손하고 은폐해온 자들"이라며 "무슨 근거로 대한민국 사법부는 거침없이 공문서까지 조작한 저들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고 확신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참사 이후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온갖 권력을 동원해 공문서를 조작하고, 증거를 은폐하고 가짜 기자회견을 열었던 자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임관혁 단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며 영장 재청구를 요구했다.

가족협의회는 "우리 피해자 가족들은 치떨리는 심정으로 검찰과 사법부에 요구한다"며 "검찰 특수단은 전력을 다해 다시 준비하고, 이들 해경 지휘부의 구속사유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확실하고 철저하게 자료를 준비하고 즉시 구속 영장 재발부 신청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세월호 선체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했던 다짐을 상기하고 반드시 이들을 구속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세월호 참사 법률 대리인단도 이날 법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변호인단은 "해경의 핵심 책임자인 피의자들은 지금도 영향력을 행사해 증거를 인멸할 위험이 크고, 그 누구보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며 "법원의 기각 결정에 심심한 유감과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고, 침몰 원인을 밝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국민의 상식과 정서에 반하는 재판 진행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법원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재판정에서 구속 필요성을 재판부에 직접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업무상과실에 의한 형사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