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AI 초협력, 삼성 다음은 포털"

2020-01-09 09:43
"글로벌 기업들 협력 중… 뒤처지면 '유저'로 남는다" 우려
신사업 매출 비중 50%대로 확대 목표… '텔레콤' 이름 변경 가능성도
5G 상용화 후 혁신은 기대 못미쳐… 데이터 활용 BM 생각"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0'에서 인공지능(AI)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국내 주요 기업 간의 AI 분야 협력을 제안했다.

박정호 사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로리스 더 프라임 립 레스토랑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초협력을 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 간에도 AI 분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사장이 밝힌 AI 초협력 구상은 지난 7일에 있었던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과의 미팅에서 처음 제시됐다. 한국기업이 글로벌 기업들의 협력에 밀리면 한국은 단순한 사용자(user)에 그치게 된다는 우려에서다.

박 사장은 "고 사장에게 국내에서 AI를 잘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치되 브랜드나 애플리케이션은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도를 갖자는 구상을 제안했다"며 "이와 관련된 생각을 던지고 받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고 사장과의 미팅 자리에서 포털기업과의 AI 협력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AI 공동 협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1000조원 가까이 되는 강자들이 서로 협력하는데 한국 내에서 따로 해서는 게임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동의를 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앞서 카카오와 지분교환을 논의할 때도 (AI와) 관련된 분야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기업들 간 AI 협력 구상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그러면서 박 사장은 초협력의 사례로 지난해 출범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WAVVE)'를 언급했다. SK텔레콤의 '옥수수'는 지상파 3사의 '푹'과 결합해 웨이브로 재탄생했다.

박 사장이 제안한 국내 기업 간 AI 협력 구상이 실현되면, SK텔레콤은 초협력의 중심에서 '하이퍼 커넥터'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SK텔레콤은 현재 이동통신(MNO)사업과 더불어 ADT캡스의 보안사업, 이커머스 사업에서 미디어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SK텔레콤의 매출 중 60%가량은 통신에서 발생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 비중을 50%대로 낮춰 신사업의 비중을 더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MNO사업을 제외한 사업부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두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자회사 중 웨이브, 원스토어, 11번가 등은 1000억원 이상을 펀딩 받았다. 박 사장은 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듀얼 OS' 경영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SK텔레콤은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듀얼OS 도입을 위해 코퍼레이션센터를 2개로 개편한 상태다.

박 사장은 궁극적으로는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로 사업 성장의 과실을 주주들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르면 연내에 자회사 IPO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모빌리티, AI 관련 조직은 향후 사업화도 가능한 조직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사명 변경 가능성이 대두됐다. SK텔레콤이 통신, AI, 이커머스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는데 'SK 하이퍼 커넥트'와 같은 후보가 언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가속화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도이치텔레콤, 싱클레어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맺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번 CES에서도 앤디 제시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5G 모바일 에지 컴퓨팅 기반의 클라우드 사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SK텔레콤은 중국의 전기차업체 바이톤과 MOU를 체결하고 'CES 2020'에서 공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통합IVI'를 탑재하기로 했다.

한편, 박 사장은 지난해 상용화한 5G의 혁신성에 대해선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인프라를 깔면 혁신이 따라오리라고 생각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약했다"며 "한국에서 5G를 통한 혁신 모델이 획기적으로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현재 상황을 평가했다. 또한 "CES에서는 사물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많이 보인다"며 "데이터를 활용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혁신의 생태계를 잘못 갖고 갔다"고 지적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이 CES 전시장 내 아마존 부스에서 앤디 제시(Andy Jassy) 아마존웹서비스(AWS) CEO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SK텔레콤과 아마존웹서비스는 클라우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SK텔레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