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위 술 소비국 베트남…새해 음주운전 단속강화에 우왕좌왕
2020-01-07 10:56
벌금·면허정지 두 배 이상 늘려...최대 200만원
교통사고 중 40~50%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
교통사고 중 40~50%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
"친척집 제사 관계로 어쩔 수 없었다. 기일이어서 맥주 딱 한잔했다. 집이 바로 이 근처라서 자가운전으로 금방 들어가겠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부에 근무하고 있다. 음주단속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만약 불이익을 준다면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겠다."
베트남 정부가 새해부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그동안 다소 느슨했던 법망이 촘촘해지면서 공안(경찰)과 시민들이 음주운전 측정을 놓고 곳곳에서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최근 전했다.
올해 1일부터 개정된 처벌 규정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벌금이 기존 1600만~1800만 동(약 80만~90만원)에서 3000만~4000만 동(150만~200만 원)으로 두 배 안팎으로 올랐다. 또 면허정지 기간도 기존 4~6개월에서 22~24개월로 기존 4배 이상 늘었다.
베트남에선 그간 음주운전이 빈번했다. 수백만 대의 오토바이가 보급된 베트남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술을 마시고 집에 귀가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당국 역시 이를 용인하고 크게 단속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이어 음주운전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들이 발생하고 공론화되면서, 베트남 내에서도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국가교통안전위원회(NCTS)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발생한 1만8736건의 교통사고 가운데 음주운전이 원인이 된 것은 무려 40~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인들은 세계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지 언론이 인용한 한 국제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 남성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하루 평균 5잔의 술을 마시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지난해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서도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맥주를 포함한 알코올 소비량이 가장 높은 국가다. 15세 이상 베트남 성인의 연간 평균 알코올 소비량은 8.9ℓ다. 아세안 국가 평균 알코올 소비량은 6.8ℓ다.
베트남 온라인 매체인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1월 첫째 주에만 하노이 시내에서만 수천여 대의 오토바이가 공안의 음주단속에 적발돼 적치 중이다.
하노이의 한 시민은 이 매체에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 많은 사람이 쉽게 적응을 못 하고 있다면서도 "혼란과 여러 불편함이 있겠지만 베트남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두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1일 국가 신년목표를 통해 올해 교통사고를 5~10%가량 낮출 것이라고 공약했다. 베트남 공안도 개정된 규정에 따라 새해 첫날인 1일부터 새해 연휴(Tet) 기간까지 계도를 병행하면서 집중 단속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