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호주 산불...동남부 해안에 대피령

2020-01-02 09:35
호주 산불 사망자 수 16명까지 늘어
폭염·가뭄에 산불 멈출 기미 없어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호주 산불이 두달째 이어지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산불로 인해 이번 주에만 8명이 사망했고 2명이 실종됐다. 가옥 200채 이상이 전소됐다. 불이 남동쪽 해안을 타고 번지면서 휴가를 즐기는 관광객에는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소방당국은 1일(현지시간) 뉴사우스웨일스주(州) 남동쪽 해안 지역에 있는 누구라도 주말이 오기 전에 대피하라고 발표했다. 베이트만스 베이에서 빅토리아주 경계까지 약 230km에 이르는 지역이다.

호주 소방당국 관계자는 "추가 피해나 파괴 정도를 과장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해안에서 사람들이 대피하면 화재 진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빨간 점이 베이트만스 베이 [사진=구글 지도 ]


호주에서 봄·여름에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이번 산불은 계속 확산하면서 역대급 피해를 내고 있다. 여기에는 폭염·가뭄과 같은 기상이변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봄 강수량을 역대 가장 적었고, 12월에는 기온이 40℃를 넘기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런 기상이변의 배경으로 꼽히는 게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다.

현재 호주 6개 주 전역에서 10여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화재 원인은 각기 다르지만 마른 벼락 등으로 인한 자연 발화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일부 산불은 방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남동쪽 뉴사우스웨일스주다. 11월 산불 발생 후 이 지역에서만 10여 명이 사망했고 건물 900채가 넘게 소실됐다. 

멜버른이나 시드니 등 호주 대도시도 산불 영향권이다. 도시 외곽에 있는 집들이 산불 피해를 입었고 시꺼먼 연기가 도시 하늘을 집어삼켰다. 12월 초에는 시드니 대기질 지수가 '유해 수위'보다 11배나 높아질 정도로 악화되기도 했다. 

CNN은 미국 캘리포니아나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산불 시즌이 있긴 하지만 호주 산불은 바람에 불꽃을 퍼나르면서 화재 진원지에서 아주 멀리에서 새 불을 내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2009년에는 빅토리아주에서 '블랙 새터데이'로 이름 붙은 산불이 발생해 173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역대 최악의 인명 피해 기록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