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신령열전] 영원한 동심의 수호자 산타클로스
2019-12-25 17:46
산타클로스(Santa Claus)는 성탄절 전날밤에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는 가상의 캐릭터로 크리스마스의 상징이다. 기원은 동로마제국 시절 오늘날의 터키에 해당하는 아나톨리아반도에서 활동했던 성 니콜라우스(Saint Nicholas 270년 3월 15일 ~ 343년 12월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뮈라지역의 주교였던 그는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을 모두 남몰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무고한 사형수를 구출하는 등 많은 선행을 베풀고 각종 기적을 일으켜 성인으로 시성되었다. 성 니콜라우스의 선행은 유럽이 기독교화하면서 전 유럽에 알려졌고 그의 축일인 12월 6일, 비밀리에 가난한 이웃에게 선물을 주거나 가족 중 한 명이 성인의 분장을 하고 나타나 착한 어린이에게는 선물을 주고 나쁜 어린이를 혼내주는 풍습으로 발전했다.
라틴어로 성 니콜라우스를 뜻하는 ‘상투스 니콜라우스’를 네덜란드어로는 산테 클라스라고 한다. 17세기경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이주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그와 관련된 풍습을 성탄절과 결부시켜 소개하면서 이 발음이 영어식으로 변형되어 오늘날의 산타클로스로 굳어졌다. 유럽의 비영어권 지역에서는 ‘크리스마스 아버지’란 의미로 불린다.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순록이 끄는 썰매에 선물을 가득 싣고 전 세계를 돌며 착한 아이들에게만 원하는 선물을 나눠준다. 산타클로스가 굴뚝을 타고 벽난로로 내려와 걸어둔 양말에 선물을 넣고는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성 니콜라우스에서 유래했다. 니콜라우스는 너무 가난해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세 자매를 도와주려고 한밤중에 아무도 모르게 굴뚝 속으로 금덩이가 든 자루 세 개를 떨어뜨렸는데 신기하게도 벽에 걸어 둔 양말 속으로 들어가 세 자매는 금덩이를 팔아 결혼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산타클로스는 가장자리를 흰털로 장식한 빨간 옷과 빨간 모자를 입고 덥수룩한 흰수염을 기른 뚱뚱한 백인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주로 표현된다. 이는 1931년, 미국의 코카콜라사가 자사 제품 광고를 위해 만든 가상의 인물 캐릭터다. 겨울철 콜라 제품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코카콜라의 로고색인 빨간색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를 모델로 한 마케팅전략을 펼쳤는데 이것이 대성공을 거둠으로써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새롭게 창조된 산타의 이미지는 상업화의 물결 속에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되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됐다.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는 사실 그 이전부터 만들어져 왔다. 1863년 미국의 한 잡지에 풍성한 수염과 뚱뚱한 외모를 지닌 산타클로스 삽화가 등장했고 미국의 한 신학자가 쓴 시의 삽화에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의 모습이 최초로 나타나게 된다. 이때까지 산타클로스의 옷 색깔은 아직 검정색이었다. 이후 유명 시사만화가 노먼 록웰이 그린 주먹코와 풍성한 수염을 가진 뚱뚱한 할아버지가 주교나 추기경이 입는 붉은색 수단과 비슷한 빨간 옷을 입은 모습이 성탄절카드로 대량 제작됨으로써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로 자리잡게 되었다. 반면 호주와 뉴질랜드 등 남반구의 산타클로스들은 반바지를 입거나 해수욕장에서 서핑보드를 탄다. 남반구에서 크리스마스는 여름이기 때문이다.
산타클로스는 순록들과 함께 북극의 만년설 지역에 산다고 알려져 있다. 산타마을을 놓고 캐나다 퀘벡주의 발 다비드와 노르웨이의 오슬로, 핀란드의 로바니에미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는데 정통 산타마을로 인정받은 곳은 핀란드 라플란드지방의 주도인 로바니에미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주소없이 ‘산타클로스에게(To Santa Claus)’라고 편지를 쓰면 그 편지는 우표가 없어도 로바니에미의 산타마을로 배달된다고 한다.
2007년의 경우, 전 세계 150개국의 어린이들이 75만통의 편지를 보냈다. 많은 자원봉사자 ‘엘프’들이 전 세계에서 날아오는 수십만통의 편지에 산타 대신 답장을 써준다. 최근에는 한국어를 하는 한국인 엘프도 생겨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쓰면 산타우체국 소인이 찍힌 한글 답장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2월 12일에는 내년 3월 부산-헬싱키 취항을 기념해 핀란드 공인 산타클로스가 핀란드의 국적 항공사인 핀에어를 타고 김해공항을 방문하기도 했다. 공인 산타는 주민투표에 의해 매년 선출되는데 ‘산타마을’에 살고 있다는 것 외엔 신분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전 세계 어린이들의 동심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다. 성 니콜라우스가 어린이와 선원의 수호성인이라면 산타클로스는 상업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동심의 수호자가 아닌가 싶다.<논설고문·건국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