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주경제 10대 뉴스-유통·중기] 日 수출규제, 毒이자 藥이 된 한 해

2019-12-24 17:24
일본 불매운동으로 유통가 곤혹...중기 소부장 분야, 기술혁신 계기 돼

올해 유통업계와 중소벤처, 제약업계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이커머스의 공세로 오프라인 위기가 팽배해진 주요 유통3사는 모두 수장을 교체하며 발 빠르게 생존 경쟁에 나섰다. 특히 침체된 경기와 소비심리 위축 상황 속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는 유통업계에는 매출을 약화시키는 강력한 독이 됐다. 이와 동시에 소재 부품 장비 분야 중소기업들은 일본 수출 규제에 맞서 자생력을 키우는 약으로 삼기도 했다. 제약업계는 임상시험 실패와 발암물질 성분으로 인해 가장 곤혹스런 한 해를 보냈다. 아주경제 산업2부는 2019년을 뜨겁게 달군 10대 뉴스를 선정, 찬찬히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일본 불매운동 [아주경제 그래픽팀]


①거센 일본 불매운동 열풍 

올해 유통가를 휩쓴 최대 이슈는 '일본 불매운동'이다. 지난 7월 4일 시작된 일본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의 국내 수출규제가 발단으로, 8월 2일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일 감정'은 극에 달하게 된다.

일본 브랜드와 일본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NO Japan!' 불매운동이 8월부터 본격화 됐다. 여름 휴가철임에도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 않는 이들이 늘면서 여행업계와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에 드러난 지난 9월 일본 맥주의 한국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99.9% 감소한 6000달러를 기록했다. 실제로 일선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일본 맥주를 매대에서 치우는 일이 상식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이런 여파로 지난 10월 일본 제품의 한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체는 에프알엘코리아가 전개한 '유니클로'였다. 
 일본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 3분기, 유니클로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겨울 시즌을 맞아 11월부터 자사의 대표 상품 '히트텍' 10만장을 공짜로 나눠주는 행사에 힘입어 다시 매출이 반등세다. 


 

[신동빈 롯데 회장]


②'사법 리스크' 끊어낸 신동빈 롯데 회장, 경영 완전 복귀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수장인 신동빈 회장이 '사법 리스크' 족쇄를 완전히 끊어내며, 경영에 완전 복귀했다. 

지난 10월 17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가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것. 이로써 신 회장은 지난해 2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공여 혐의가 씌워진 지 2년여 만에 사법적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롯데 내부에서는 대법원 판결로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만큼, 신 회장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매진, 내년도 롯데 정기임원인사까지 지난 19일로 마무리 지었다.

2015년 이후 검찰 조사를 시작으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박탈 등 곡절을 겪어온 신 회장은 이제 자신의 비전인 '뉴롯데'를 향해 적극 나설 전망이다. 특히 지주사 체제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은 최근 인사에서 호텔롯데 출신의 송용덕 부회장을 롯데지주 투톱 대표로 앉혔고, 그룹의 재무 브레인 이봉철 사장을 롯데그룹 호텔서비스 신임 BU장으로 선임했다.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 '요기요'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사진=아주경제 DB]


③'배민' 키운 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히어로와 인수합병

'스트타업 신화'를 일군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되면서 배달앱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에 대해 시장 2위 업체인 '요기요' 운영사인 DH가 무려 4조7500억원의 기업가치로 평가한 것.  DH는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키로 했다. 또 김봉진 대표 등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스타트업계의 대부 격인 김봉진 대표는 우아한형제들 국내 수장에서 물러나고 DH 아시아총괄대표를 맡게 된다. 이를 위해 우아한형제들과 DH는 각각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키로 했다.

양사는 아시아에서 공동 사업에 나서지만, 국내에서는 배민과 요기요, 배달통 등 각사의 서비스를 현재처럼 독자 운영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배민을 흡수한 DH의 시장 점유율이 98%에 달할 것이라며 독과점 우려가 크다. 이로 인해 양사의 인수합병을 검증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꼼꼼한 심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④50년 만의 주세 개편

올해는 50년 만에 주세 개편이 이뤄졌다. 가격을 기준으로 한 ‘종가제’에서 양이나 알코올 함량에 따른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종량세율은 해마다 물가에 연동해 조정된다.

우선 맥주와 탁주(막걸리)에 종량세를 적용한다. 소주나 와인 등 다른 주류들은 업계와 협의해 전환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도안 국산맥주의 과세표준은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이윤을 포함한 출고가 기준이었다. 수입 맥주는 국내 판매관리비나 이윤이 포함되지 않은 수입신고가를 기준으로 했다. 국산 맥주와 수입맥주의 세금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종량세 전환 이후에는 국산 맥주도 수입 맥주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부과받게 된다. 국산맥주 ‘4캔에 1만원’도 가능할 것으로 주류업계는 보고 있다.

맥주에는 내년부터 ℓ당 830.3원의 주세가 붙는다. 생맥주는 ℓ당 1260원으로 445원, 페트병 맥주는 ℓ당 1299원으로 39원, 병맥주는 ℓ당 1300원으로 23원 오른다. 반면 캔맥주의 세부담은 ℓ당 1343원으로 415원 감소한다. 막걸리에는 내년부터 ℓ당 41.7원의 주세가 붙는다. 이는 2019년 정부 세법개정안에 반영, 오는 2020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K뷰티, J뷰티에 밀리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상관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⑤중국 대륙, K-뷰티 대신 J-뷰티로 눈길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궜던 K-뷰티(한국 화장품) 열풍이 J-뷰티(일본 화장품) 공세에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지난 3년 동안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 1위를 지켜온 한국은 올해 일본에 1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다.

무역 통계 업체인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TA)'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일본산 화장품의 대중(對中) 수출액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24억6881만달러(약 2조9300억원)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24억3369달러(약 2조8900억원)으로 2위에 그쳤다.

이는 최근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 LG생활건강 후 비첩 자생 에센스 보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SK-II 피테라 에센스를 찾은 결과다. 실제, 올 한 해 뷰티 수출을 가늠할 수 있는 지난달 11일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이벤트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광군제(光棍節)' 행사에서 SK-II 매출은 후를 앞섰다.

K-뷰티가 11~12월 해당 수치를 뒤집지 못하면, 2016년 프랑스를 추월하면서 3년간 유지한 1위 자리를 일본에 내어주게 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K뷰티가 위기를 맞으면서 J뷰티 약진에 대한 우려가 높았는데, 예상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코트라는 최근 발간한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현황과 진출 방안 보고서에서 “중국 수입화장품 시장에서 일본산의 빠른 부상으로 한국산의 위기감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⑥라니티딘‧니자티딘 등 원료의약품 발암물질 사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올 하반기 원료의약품 발암물질 사태로 한 차례 곤혹을 치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월 라니티딘 성분의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국내 유통 완제의약품(269품목)에 대해 잠정 제조‧수입‧판매 중지 및 처방 제한을 내렸다.

미 식품의약국(FDA)발표에 따라 조사한 라니티딘 성분 국내 의약품에서 인체발암 추정물질(2A)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위장약 등)을 사용한 국내 유통 완제의약품(269품목)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2700억원 규모였던 라니티딘 시장은 대체 성분 의약품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원료의약품 악몽은 이어졌다. 라니티딘에 이어 니자티딘 성분 의약품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돼 13개 완제의약품이 판매 중지됐다. 식약처는 니자티딘에 포함된 '아질산기'와 '디메틸아민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체적으로 미량 분해·결합하거나, 제조과정 중 아질산염이 혼입돼 NDMA가 생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보건부가 당뇨병 약에 쓰이는 메트포르민 제제에서 NDMA가 검출됐다고 알리면서 식약처가 현재 메트포르민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인보사 코오롱생명과학 '적신호'[연합뉴스]


⑦인보사·신라젠 쇼크…바이오기업 신뢰 논란

올해 초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주사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가 뒤바뀐 성분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데 이어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간암치료제 ‘펙사벡’이 임상시험 실패로 드러나면서 국내 바이오기업에 대한 신뢰가 급락했다.

인보사는 2017년 허가 당시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로 허가 받으면서 유망 의약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2월 당초 허가받았던 주성분 중 하나인 연골세포가 사실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말 코오롱생명과학에 인보사 제조·판매중지를 요청했고, 7월에는 결국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를 확정했다. 1회에 700만원에 달했던 인보사는 국내 시장에서 퇴출됐고, 인보사를 투약했던 환자들은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들어갔다.

신라젠은 지난 8월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 글로벌 임상3상 중단을 알리면서 화제가 됐다.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와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3상의 무용성 평가 관련한 미팅을 진행한 결과,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 받았다고 밝혔다. 한 때 신라젠 시총은 10조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신뢰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⑧올해 국내 기업, 유니콘 11개사 달성

바이오시밀러(면역치료제) 제조업체인 ‘에이프로젠’이 국내에서 11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등재됐다. 올해 12월 9일자로 미국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의 유니콘 기업 명단에 오른 에이프로젠은 생명공학 분야 리딩 기업이다.

김재섭 대표가 카이스트 교수 재직 당시 2000년 제넥셀을 설립하고, 2006년 에이프로젠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2009년 자회사인 ‘에이프로젠제약’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이전받아 2014년 일본 니치이코 제약과 판권 계약을 맺으며 성장했다. 올해 5월에는 한국과 중국의 중소, 중견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간 국내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기업은 2014년 쿠팡과 옐로모바일을 시작으로 L&P코스메틱,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위메프, 지피클럽, 무신사까지 총 10곳이었다.

이번 등재로 우리나라의 국가별 유니콘 기업 순위는 △미국(210개사) △중국(102개사) △영국(22개사) △인도(18개사)에 이어 독일과 함께 공동 5위로 상승했다.


 

2020년 최저임금 적용안 '8590원'[연합뉴스]


⑨중소기업계,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올해 중소기업계의 최대 화두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같은 노동정책 이슈였다.

2019년도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0.9% 인상되며 2년간 인상폭이 30%에 달하자 중소기업계에선 인력난과 경영비용 증가라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중소기업계의 지속적인 호소와 경기 침체 등의 우려로 내년도 최저임금(2.9%)은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2.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곧이어 중소기업계의 시선은 당장 내년부터 적용되는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로 돌아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앞서 조사한 주52시간제 준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5.8%가 ‘준비가 안됐다’고 답변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급이 최고 47만원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주52시간제가 적용되는 중소기업에게 1년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을 유예하는 것으로 사실상 시행을 미룬 것이다. 또 주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⑩소·부·장, ‘일본 수출 규제’로 심기일전

올해 7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는 국내 소재·부품·장비의 기술독립 필요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즉시 대일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 개발 사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먼저 중소벤처기업부는 전국 12개 지방청에 일본 수출규제 애로신고센터를 설치해 국내 중소기업의 피해 여부를 파악해 나갔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섰다.

핵심품목 R&D 사업에 2022년까지 3년간 5조원 이상 집중 투자하고,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등 20대 전략분야에 연간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스마트공장 배움터를 확대해 중소기업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상용화 R&D와 사업화 자금도 함께 지원하는 '테크브리지'(Tech-Bridge) 제도를 내년 도입할 계획이다.

아주경제 산업2부 기획취재팀= 석유선·김선국·이서우·현상철·황재희·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