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두서 만난 한중일 경제인들..."자유무역·경제통합 힘 모으자"
2019-12-24 19:39
한·중·일 기업인들이 중국 청두(成都)에서 손을 맞잡았다. 서로가 경제적 운명공동체임을 확인하고, 대외적인 현안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동맹 관계를 다지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 협력체제 20년을 맞이한 세 나라는 자유무역과 경제통합 등을 새로운 동력으로 내세웠다.
북한 비핵화, 한·중 관계, 한·일 갈등 등 굵직한 역내 현안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더욱 끈끈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23일 청두의 세기성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3국 정상과 기업인 800여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의 동북아시아 경제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서밋은 제2차 한·중·일 정상회의 때부터 부대행사로 개최돼 왔다.
이번 회담은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관계의 해빙기를 앞두고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마무리 지어야 할 문제가 있다. 2016년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에 배치한 데 따른 중국의 보복,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규제) 피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중·일은) 각자의 기술과 장점을 갖고 있고, 세 나라의 경제는 가치사슬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업과 협업체계 속에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3국 간 경제협력이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리커창 총리도 "중국·한국·일본 3국은 자유무역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많은 국제기구가 내년을 '10년 전 국제 금융위기 이래 가장 저조한 시기'로 예측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세에서 우리는 20년 전(부터 이어온) 중·한·일 협력 정신을 잘 발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도 "함께 협력하고 발전하는 새로운 삼국시대를 꾸리고 싶다"며 "정부끼리 어려움에 직면하는 시기일지라도 인적 교류는 적극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3국 경제단체 '공동성명' 채택··· 자유무역·경제통합 지지
이날 3국의 경제단체들은 향후 20년도 굳건히 지속될 수 있는 '경제적 동맹 관계'를 위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자유무역과 경제통합을 지지하고, 신산업 기술을 지속적으로 협력하자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회장, 고가 노부유키 일본 경단련 의장, 카오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은 자유무역 수호와 역내 경제통합 지지, 신산업 기술협력 강화, 환경·헬스산업 육성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고, 이날 각국 정상에게 전달했다.
3국 경제단체들은 자유무역 수호, 내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최종 타결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조속 타결을 위한 각국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요청했다. 높은 수준의 FTA만이 3국 기업에 자유롭고 원활한 무역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공동성명서는 혁신성장 달성을 위한 기술협력을 강조했다. 각국이 보다 개방적이고 공정·투명한 기업 환경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지식, 기술 등 혁신 요소의 국가 간 이동 저해 요소를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동성명서는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환경·고령화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신에너지, 오염 방지 등의 공동협력과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자원 공유와 민·관 파트너십 강화를 요청했다. 빅데이터·AI 기술 공유, 의약품, 헬스케어 제품, 건강상담 서비스 등에 대한 실용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박 회장은 "한·중·일 협력체 출범 20주년을 맞이한 올해 행사 의미가 특별하다"며 "지정학적 갈등이나 보호주의 위기 속에서 역내 협력 관계를 복원하고, 글로벌 현안에도 함께 목소리를 내는 뜻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 측에선 박 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김종현 LG화학 사장,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강희석 이마트 사장, 이민석 한화 대표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 참석자는 고가 노부유키 경단련 심의원회 의장, 고바야시 겐 미쓰비시상사 회장,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회장, 사에구사 도미히로 이토요카도 사장, 후쿠다 유지 이토추상사 부사장 등 150여명이다. 중국 측에서는 카오옌 CCPIT 회장, 쉬보 중국수출입은행 사장, 왕지레이 쭝퉁택배 부회장, 차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부회장, 창청중 중국알루미늄그룹 부사장, 시셩 중국동방항공그룹 부사장 등 300여명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