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벗어나 규모의 경제 구축"...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우회상장 이유 밝혀

2019-12-22 17:25
상장사 GMR머티리얼즈 인수해 글로스퍼랩스로 변경... 글로스퍼와 지분 교환으로 회사 규모 확대 계획

국내 1세대 블록체인 전문가로 꼽히는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가 글로스퍼랩스(구 GMR머티리얼즈)를 둘러싼 '먹튀(먹고 튀다)' 논란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제도권으로 진입해서 국책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우회상장을 추진했던 것이며, 글로스퍼랩스와 암호화폐 하이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9월 김태원 대표의 글로스퍼홀딩스는 코스닥 상장 철강업체인 GMR머티리얼즈의 지분 23.99%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었다. 김 대표는 GMR머티리얼즈의 신임 대표가 되었고, 사명을 글로스퍼랩스로 바꿨다. 이후 김 대표는 자신의 글로스퍼 지분 74.5%를 255억원에 글로스퍼랩스로 양도했다.

이에 하이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 대표가 글로스퍼의 지분을 매각하고 사업에서 손을 떼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GMR머티리얼즈 지분을 인수하며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유상증자하는 등 외부자본에 의존하는 무자금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김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먹튀 논란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김 대표는 "많은 대기업이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글로스퍼가 스타트업을 넘어 일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우회상장을 택했다"며 "비상장 스타트업으론 국책 사업 수주가 힘들어 상장 기업이라는 지위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우회 상장을 위해 많은 업체 중 철강업체를 선택한 이유로 철강산업과 블록체인을 결합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고철 유통 산업에 하이콘 기반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신뢰성 있는 폐자원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GMR머티리얼즈의 방화문 자회사 바른창호를 130억원에 매각한 이유는 "성장이 정체된 제조업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성장 가능성이 큰 블록체인 산업을 들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GMR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자금 196억원은 투자받은 돈과 개인 자금을 활용해 마련했다. 이에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반환할 필요성이 있었고, 글로스퍼 지분을 매각한 자금을 활용해 투자자들에게 상환했다. 투자자들도 상환받은 자금을 다시 글로스퍼랩스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김 대표는 우회 상장이라는 표현보다 글로스퍼와 글로스퍼랩스가 지분 교환을 진행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GMR머티리얼즈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빠른 상장 절차를 꼽았다. 그는 "GMR머티리얼즈는 최대 주주가 개인이 아닌 법인이라 최대주주 변경이 없고, 이에 우회상장에 따른 별도의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어 바로 코스닥에 상장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김 대표는 회사의 규모를 키워 하이콘을 중심으로 한 R3와 같은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는 "국내 지자체를 만나보니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하면서 회사 규모 때문에 실제로 사업을 맡기는 경우가 드물다"며 "블록체인 기술 개발사에서 벗어나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끄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글로스퍼와 글로스퍼랩스 지분 교환으로 내년 개인적으로 내야 할 세금이 70억~80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회사를 성장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대표는 12월 초 연락이 두절된 이유로 일부 투자자로부터 협박과 감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법 기관에 도움을 청하느라 언론과 관계자들의 연락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스퍼는 블록체인 플랫폼 하이콘, 서울시 노원구 지역화폐 노원코인 등을 개발한 1세대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다. 최근 광주시 스마트시티 챌린지와 전북 스마트 투어리즘 구축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사진=글로스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