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현실화···복지부, 공정위에 의협 신고

2024-06-17 16:33
공정거래법, 사업자단체 부당 경쟁제한 행위 금지
서울의대 비대위 "휴진 첫날 교수 529명 참여"
의협, 18일 총파업 선언…서울서 총궐기대회도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내부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의료 공백'이 현실화했다. 서울대병원 소속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도 18일 집단 휴진에 들어간다. 정부는 사업자 단체인 의협이 개별 사업자인 개원의를 담합에 동원했다는 판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냈다.

1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협에 대한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금지 행위를 하면 사업자단체(의사단체)는 10억원 이내 과징금을 물게 된다. 단체장 등 개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공정위는 의협이 개원의에 휴진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거나 참여 여부를 파악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휴진을 유도했는지 살펴보고,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2000년 의약분업 추진에 반발해 의협 차원에서 집단 휴진 사태가 벌어졌을 때 당시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과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면허가 취소됐다.

정부 압박에도 일부 의대 교수들은 의료 현장을 떠났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강남센터에서 환자를 직접 보는 교수 967명 중 529명(54.7%)이 이날부터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실제 휴진 선언 첫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은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교수들 외래 진료와 수술 일정 특성상 휴진율을 일주일 단위로 집계할 계획이다. 통상 교수의 외래 진료는 주 2∼3회다. 전공의 집단 사직 후 62.7%로 내려간 수술실 가동률은 이날 의대 교수의 집단 휴진으로 33.5%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게 비대위 측 예상이다. 비대위는 정부가 소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휴진 철회 조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 △현장 의견 반영이 가능한 상설 의정 협의체 △2025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을 꼽았다. 

다만 비대위는 휴진 기간에도 중증·응급·희귀질환 등 필요한 진료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래와 수술 일정이 조정되긴 했지만 서울대병원은 열려 있고 교수들은 근무 중"이라며 "응급환자는 병원에 오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도 예정대로 18일 총파업에 나선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선 의협이 주도하고 개원의·봉직의·의대 교수 등 의료계가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도 개최한다. 정부가 사전에 취합한 개원가 휴진 신고율이 4%에 그쳐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일 사전 신고 없이 문을 닫는 동네병원이 대거 나올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