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요구 수용하자"는 캐리 람 제안 거절한 中

2019-12-21 17:08
캐리람 추진 ‘독립검토위원회’도 지지부진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중국 지도부에 시위대의 핵심 요구를 수용하자는 건의를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SCMP는 이날 홍콩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람 행정장관이 지난 14~17일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시위대의 요구 사항 중 하나인 ‘경찰 진압 과정을 조사할 독립된 위원회 구성’을 중국 지도부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요구하고 있는 이 사안은 홍콩 친중파 진영에서마저 정국 안정을 위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람 장관의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오히려 람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단호하게 법을 집행하고 조국과 홍콩을 사랑하는 홍콩 경찰을 굳건하게 지지한다"고 말하며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길 촉구했다.

람 장관은 독립 조사위 대신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를 통해 경찰의 진압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으나, IPCC에 참여해온 외국인 전문가들이 조사 권한 부족을 이유로 집단 사임하는 등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람 장관이 추진하는 '독립검토위원회'도 난항을 겪고 있다. 람 장관은 시위대에 대한 유화책의 하나로 홍콩 시위의 근본적인 원인을 조사할 독립검토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었다. 하지만 홍콩 정부가 독립검토위의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접근한 퇴직 고위 법관들은 모두 이를 고사하고 있어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람 장관도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독립검토위 인선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개별 인사나 단체들은 신상털이 등으로 모욕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선호하는 독립검토위 위원장으로는 홍콩 주권반환 후 초대 법무부 장관인 앤드루 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 16일 연례 업무보고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만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