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中, 정상회의 앞두고 무역·인권 등 이견차 여전

2019-12-18 07:24
中왕이, 브뤼셀 공식 방문..."중국·EU 관계 높이 평가"
EU, 홍콩시위·위구르 문제 거론...中 "내정간섭 말라"

내년 유럽연합(EU)-중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측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길 기대하고 있지만 무역·인권·안보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을 공식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전날 유럽정책센터가 주최한 행사에서 EU와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왕 부장은 "양측은 FTA 타당성을 분석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과 EU의 관계 발전을 높이 평가하면서 "중국과 유럽은 주요 협력 파트너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함께 수호하고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중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중국은 미국에 이어 EU의 두 번째 교역국이다.

EU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분쟁 속에 다자주의를 지키는 방편의 하나로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과의 경제적 친밀도를 높여가려고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의 블록 내 장악력이 커질 것을 우려해 경계해온 상태다.

FT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왕 국무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공정한 경쟁과 호혜성을 기반으로 한 투자와 자유 무역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셸 의장은 "유럽과 중국은 지속 가능한 발전과 투자 협정 등의 분야에서 공동 이익을 가지고 있다"면서 중국에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강화할 것도 촉구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내년 9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EU-중국 정상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중국은 우선 내년 4월 EU 대표들을 베이징으로 초청할 예정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메인 초청자로서 중국-EU 상호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후 9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독일 라이프치히로 가 EU 27개국 정상들을 만난다.

다만 양측은 이날 홍콩·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뚜렷한 이견차를 보였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차기 EU 외교·안보대표는 약 6개월 이상 지속된 홍콩 시위와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무슬림 소수민족 위구르 탄압 문제를 거론했다.

왕 국무위원은 이에 대해서 다른 국가의 내정 간섭에 반대한다면서 반발했다. 

중국이 8억5000만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인권의 보편적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각국의 특유한 필요성 맥락에서 적용될 때만 깨달을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내년부터 본격 EU와 밀착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무역 합의 등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만 치중하다간 유럽과 더 멀어지고, 5G 시장 등에서 살길을 찾기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왼쪽)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