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연 “北, '연말시한' 지나면 북미 협상 종료 선언…새로운 길 천명할 듯”

2019-12-13 12:00
'한미연합훈련 재개' 명분 앞세운 군사적 도발 가능성도 존재
5차 전원회의서 '북미 협상 종료' 등 新 전략노선 채택할 수도
남북관계 답보 상황 지속 전망…DMZ 활용 개선 모멘텀 마련

북·미 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우려까지 나오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내년에도 진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2019년 정세 평가와 2020년 전망’을 통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분석하고, 2020년도 전반적으로 긴장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핵 협상 및 북·미 관계에 대해선  △새로운 길: 긴장 국면 속 대안 모색 △시간 끌기 전략: 머들링스류(muddling through)·협상 재개로 연말 시한 넘기면서 이행 지연 △극적 타결: 스몰딜 등 3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이 13일 서울 더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2019 INSS 콘퍼러스'를 개최, '2019년 정세평가와 2020년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정혜인 기자]


◆北 전략적 지위 과시할 ‘군사적 도발’ 가능성도…‘새로운 길’ 천명

INSS는 북한이 제시한 ‘연말시한’ 종료 시 ‘새로운 길’을 천명하고, 한·미 군사연합훈련 재개 등을 명분으로 삼아 장거리 로켓 등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결렬을 책임을 미국 측에 전가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아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한·미 군사연합훈련 재개라는 것이다.

INSS는 “당분간 북한의 핵 활동 재개, 로켓 시험장 개보수 등 저강도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실제) 행동에 나선다면 전략적 지위를 과시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주공간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한 정지위성 발사, 신형 핵무기·잠수함 공개 등 제재강화 명분이 상대적으로 약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강한 도발을 시도한다면 최소 2020년 북·미 관계에 대한 기대를 접고, 전략적 지위를 과시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 대선 이후 새로운 미국 행정부를 상대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북한은 올해 13차례의 신형무기 시험과 3년 만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3형’의 시험발사를 재개했다. 내년에는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을 강조하며, 군방력 강화를 위한 신형무기 개발·시험이 지속될 전망으로 실전배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핵·미사일 분야에서도 신형엔진 실험 등 새로운 성과 창출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지난 2017년 1월 8차 군수공업대회 이후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친 신형무기와 SLBM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핵·미사일 분야에 매진한다는 의미다.
 

[사진=연합뉴스]


◆5차 전원회의 관전 포인트 ‘新 전략노선 채택’···중·러 밀월 관계 이용할 듯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의 관전 포인트는 지난해 4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을 대체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의 채택여부다. 

INSS는 “북한의 ‘새로운 길’은 대내외 전략을 조합한 포괄적 국가전략이자 상대의 대응에 따라 변화하는 융통성 있는 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내적으로는 자력갱생의 길, 대외적으로는 중국·러시아 등 우방국과 연대의 길, 군사적으로는 핵 강국의 길을 선택할 것으로 봤다.

비핵화 협상 난항으로 북·미관계 악화되면 미국의 군사적 공격 억제 차원에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긴밀화해 체제안전판으로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북·중 관계는 항미원조 70주년 계기 고위급 교류 확대와 대미협상력 확보 차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초 방중 가능성도 나온다. 북·러 관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남북 순차방문(2~3월) 가능성과 전승절 70주년 계기로 고위급 교류를 통한 밀착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점쳐진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기점으로 북중 교류가 활발해진 상태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달 19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5박 6일간 제1차 북·러 ‘전략대화’에 참석하는 등 전략적 밀월을 과시한 바 있다.

INSS는 현재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전원회의가 열리면 북·미 비핵화 협상 종료 선언 등 미국과 관련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15일 한국을 방문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정자가 실무협상 일정 정도만 합의해도 연말 시한을 넘어갈 수 있으나, 미국 대선 본격화 이전 최대한 많은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내년 북·미 관계는 전반적으로 긴장국면 속 반전 계기를 모색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남북관계 답보 상황 지속 전망…DMZ 활용한 개선 모멘텀 마련해야
 
남북 관계도 한동안 답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단 북·미 관계 경색 시 북한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전격적인 남북 군사당국자 회담 등 제안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INSS는 “남북 군사합의는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군사합의를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군사연합훈련 재개 여부 등이 군사합의 유지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또 내년 남북 관계의 이슈로 ‘관광’을 꼽았다. INSS는 “북한의 공개적 언급과 달리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측의 수요는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재정과 노력을 투입한 김정은 3대 핵심건설사업(삼지연, 양덕온천, 원산갈마지구) 성과 도출하기 위해서는 관광 활성화 필수”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남북교류 재개에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며 “비무장지대(DMZ) 평화적 활용 관련 유엔사 관할권 문제 등 조정되면, 남북관계 개선 모멘텀 마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