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연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합의 도출 한계 있었다”

2019-10-24 17:50
"스톡홀름 협상, 상호 탐색전"…협상 전 美 태도가 北 기대감 키워
美 제안에 실망한 北, '하노이 노딜' 모욕 되갚는 식으로 '결렬' 선언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하 전략연)이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양국 간 상호 탐색전으로 합의 도출에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략연은 24일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북한 정세 토론회’에서 “스톡홀름 실무협상은 획기적인 합의 도출보다는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탐색 차원의 예비협상”이라고 분석했다.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오늘 아침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을 거론하며 담화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전략연은 협상 전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되고, 북측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도 미국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북한의 기대감이 협상 결렬 선언으로 이어진 것으로 진단했다.
 
북측 협상단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스웨덴으로 가기 전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었으므로 큰 기대와 낙관을 하고 가고,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스톡홀름 북·미협상’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실제 협상은 북한의 ‘협상 결렬’ 공식 선언으로 아무런 성과없이 종료됐다.

전략연은 “실무협상 전 북한의 SLBM 시험 발사는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진정성을 시험한 것”이라며 “이는 중요 결정을 앞둔 북한의 관행으로 북미 협상 진정 상황, 내년 한·미연합훈련 수위에 따라 전략적 도발의 수위 조절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측이 일말의 기대를 하고 협상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사전에 준비된 듯이 즉각 결렬을 선언했다”며 “이는 ‘하노이 노딜’에 대한 모욕을 되갚는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인식 차이도 협상 결렬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략연은 “미국이 실무회담 정례화 제안 등 협상의 모멘텀 유지 및 상황관리에 집중하는 것을 북한은 선거용 상황관리 차원으로 인식했다”며 “이로 인해 비핵화 최종상태, 포괄적 로드맵, 단계별 비핵화조치와 상응조치 등 실질의제 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협상이 종료됐다”고 전했다.

앞서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국제·방위 분야 선임연구원도 하노이, 스톡홀름 노딜의 이유를 미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꼽았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최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공개강연에서 “김정은은 아무리 미국 대통령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당 선정성동부 제1부부장을 카드로 사용해 김 위원장에게 미국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략연은 최근 주목을 받았던 김 위원장의 백두산·삼지연군 현지지도가 ‘김정은 우상화’ 효과 극대화를 위해 철저하게 사전 계획된 것으로 판단했다.

전략연은 “내년 김정은 후계자 공식화 10주년을 앞두고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것은 김정은을 ‘절세의 영웅, 우리의 장군’으로 선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탄 백마는 조선인민혁명군을, 백두산은 백두혈통을 상징한다.

전략연은 스톡홀롬 실무협상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랐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대미압박 메시지 전달 효과도 노렸을 것으로 해석했다.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오른 것이 중대결단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을 이용해 국제사회의 우려와 긴장감을 제고하고,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의미다. 또 자력갱생 지로를 강조하면서 버티기 또는 대북제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속내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하고 결렬됐다고 주장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