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美, 비핵화협상 안되면 '韓변수'도 있다는 점 알아야"

2019-12-12 21:47
'송년특별대담'서 밝혀…"트럼프, 군사행동 가능성 배제못해"
김연철 "남북관계 공간 어떻게 확보할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12일 북미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과 관련, "우리(정부)는 미국과 협력해서 핵 문제도, 남북관계도 개선하려 했다"며 "그것이 어려워지면 정부도 달리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특보는 이날 오후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통일부 장관 및 외교안보특보 송년특별대담'에 참석, "문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미협상이 잘 되려면 우리가 미국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하면 문 대통령을 지지한 많은 분들이 불만을 표명할 것이고, 그럼 대통령에게 부담이 올 것"이라며 "그럼 문 대통령도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문 특보는 이어 "미국은 한국이 일심동체로 나아간다고 생각하고 북한만 걱정하는데 북미협상이 진전되지 않는다면 한국 변수도 달리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라는 강경기조를 유지하며 비핵화 협상을 전혀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한국 정부도 일방적으로 미국편만 들고 있을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미 간의 '말폭탄'이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문 특보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선 이외에 관심이 없는" 상황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역시 대선과 연결해 판단할 것이라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다면 군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상황이 이렇게 되면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전화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남북이 협의해 공동으로 풀어야 하는데 북측은 우리를 완전히 잉여적 존재로 보고 미국의 그림자처럼 간주한다"며 북한의 변화를 촉구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의 (독자적) 공간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돌이켜보면 북미관계가 먼저 갈 때도 있었고, 남북관계가 한발 먼저 갈 때도 있었다"며 "남북관계 공간을 어떻게 확보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가가 통일부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또 금강산 문제와 관련, "북한이 어차피 관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9·19공동선언에서 동해안에 공동의 관광특구를 조성한다는 점을 합의했던 만큼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며 다만 "우리 입장에서는 기업의 재산권보호도 중요해 우선순위 등에서 여전히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