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위한 튜브 설치작품 만든 작가 프랑코 마추켈리

2019-12-12 08:39
학고재 본관 11일부터 내달 12일까지 개인전…신관서는 박광수 개인전

프랑코 마추켈리, '비에카 데코라치오네', 2010, PVC, 공기, 100x100x15cm[학고재]

튜브 설치작품을 오래 동안 만들어 온 이탈리아 출신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학고재는 11일부터 내달 12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활동하는 프랑코 마추켈리(80) 개인전 ‘고공 회전, 당신보다도 격렬한’을 열고 공기 주입식 부조 21점, 공기 주입식 조각 6점, 콜라주 5점, 참고 영상 1점을 선보였다.

작가는 튜브를 만드는 재료인 공업용 폴리염화비닐(PVC)을 1960년대 초부터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딱딱한 플라스틱 등도 실험적으로 활용했지만 PVC가 바람을 빼 이동하기 쉽고 비용도 저렴해 작업에 주로 썼다.

1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학생일 때부터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며 “사람들이 보러 오지 않으면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튜브 설치작품을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 관람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전시에 소개된 참고 영상에는 이탈리아 알파로메오 자동차 공장에 설치된 각종 모양의 튜브 설치작품을 점심시간에 근로자들이 갖고 놀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작가는 “근로자들이 점심시간에 설치작품을 갖고 놀다가 늦게 들어가는 일도 있었다”며 웃었다.

설치작품들은 몇 시간이나 몇 일이 지나면 파괴되는 경우가 많아 지금까지 남아 있는 튜브 설치작품은 6개가 전부다. 작가가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 중 하나가 소개되고 5개의 설치작품 신작을 제작해 공개했다.

작가는 1966년부터 밀라노 브레라 순수미술학교 조각기술과목 교수로 있으면서 튜브 설치 작품들을 만들어 왔지만 최근 수년간 벽에 걸 수 있는 튜브 작품 ‘비에카 데코라치오네(하찮은 장식)’ 시리즈를 만들면서 재발견된 사례다.

튜브 작품들은 바람이 빠지면 불어 넣어줘야 하고 비행기에 실어 이동할 때는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 정도 바람을 뺀다.

작가는 “자선 경매에 내놓을 작품을 만들기 위해 튜브 소품 작업을 시작했다”며 "'하찮은 장식'이라는 제목을 붙일 정도로 처음에는 썩 맘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거부감이 줄어 편안하게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박광수, 검은 숲 속,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53x40.9cm[학고재]

학고재는 같은 기간 신관에서 박광수 개인전 ‘영영 없으리’를 열고 회화 25점, 드로잉 5점, 영상 1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번짐 효과를 활용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였다. 물감을 문질러 뿌연 효과를 만들었다. 스펀지가 달리 막대를 활용해 그린 작품들이다.

작가는 “막대 같은 터치를 나타내기 위해 직접 만든 도구를 활용해 그렸다”고 설명했다.

색채는 쓰지 않고 검은색으로 그렸다. 작가는 “원래부터 화면 구성이나 행위에 초점을 두는 작업을 해왔다”며 “형태나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