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체인지 SKT] ③ 국내 넘어 아시아 콘텐츠 시장 노린다

2019-12-11 00:59
IPTV 가입자 500만명 돌파… 티브로드 인수로 시장 급변 대응
지상파 3사와 통합 OTT 웨이브 출범… MAU 400만 넘으며 순항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금 2000억원 확보… 아시아의 웨이브 제안

유임에 성공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조직개편을 단행해 기존의 통신사업과 뉴 ICT사업을 분리했다. 이제 SK텔레콤의 미래 먹거리는 보안‧미디어‧커머스 등 뉴ICT 사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SK텔레콤은 통신기업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뉴ICT기업으로 체질 자체을 바꾸는 딥체인지에 돌입했다. SK텔레콤의 딥체인지를 핵심 사업을 토대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무적방패 ‘양자암호통신’으로 세계를 주도한다
② 5G 가입자 세계 1위... 글로벌 협력 강화한다
③ 국내 넘어 아시아 콘텐츠 시장 노린다
④ 미디어‧보안‧커머스로 딥체인지 일으킨다
⑤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동반성장 이끈다

SK텔레콤이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IPTV(인터넷TV)와 케이블TV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티브로드 합병을 추진하고, 지상파 3사와 함께 만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WAVVE)'를 출범시켰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의 DNA를 담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아시안 무브먼트'도 추진한다.  

◆상승세 탄 IPTV… 티브로드 인수로 시장 변화 대응 

지난해부터 유료방송 시장이 IPTV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IPTV 가입자 수가 케이블TV 가입자를 웃돌면서다. SK텔레콤의 미디어 사업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미디어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올해 3분기에도 IPTV 매출은 가입자 증가와 콘텐츠 이용료 확대로 33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 전분기 대비 3.6% 증가한 수치다. 가입자는 10만9000명이 순증하면서 누적 가입자도 500만명을 돌파했다. 프리미엄 서비스인 UHD(초고화질) 가입자 비중도 9월 말 기준 58.2%로 상승세다.

SK텔레콤은 IPTV의 성장세에 안주하지 않고 시장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케이블TV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와의 사업 통합을 내년 1분기 중으로 마무리 짓고 시너지 확산에 나선다. 합병을 통해 양사의 네트워크와 미디어 인프라가 통합되기 때문에 당장 비용과 운영 측면에서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5G 시대 미디어 격전지는 모바일

미디어 사업의 또다른 축이 OTT다. SK텔레콤은 5G와 미디어를 연계시켜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이 예상하는 5G 시대 미디어 사업의 격전지는 모바일이다. 실시간 채널과 1인 방송, VOD(다시보기), OTT서비스의 등장은 콘텐츠 소비 형태를 TV에서 모바일로 이동시키고 있다. 글로벌 OTT 시장도 스마트폰 보급의 확대와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모바일 시청이 확대되고 있다.

통합 OTT '웨이브(WAVVE)'의 출범은 이런 상황 판단에 따라 추진됐다. SK텔레콤은 5G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 웨이브 플랫폼에서 유통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K브로드밴드는 '옥수수(OKSUSU)' 사업을 'POOQ'으로 양도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통합법인의 지분을 확보했다. 통합법인은 옥수수의 가입자, 지상파의 콘텐츠, SK텔레콤의 기술을 기반으로 고화질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주력한다.

윤풍영 SK텔레콤 코퍼레이션센터장(CFO)은 "웨이브는 10월 말 140만 유료가입자를 유치하고 최근 2000억원 규모의 외부 펀딩 본계약을 체결했다"며 "웨이브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K-콘텐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송사, 제작사, 기획사 등과 함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진=웨이브 제공]


웨이브는 출범 초기 SK텔레콤의 마케팅 파워를 토대로 가입자를 늘려왔다. SK텔레콤은 '웨이브 3개월 100원 프로모션'과 '옥수수-웨이브 가입자 전환 프로모션'을 전개하기도 했다.

웨이브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MAU는 한달 동안 특정 앱을 1회 이상 실행한 이용자 수를 집계한 것이다. 출범한 달인 9월에는 367만명, 10월에는 379만명으로 집계됐으며, 11월에는 402만명을 기록했다. 닐슨코리안클릭이 집계하는 11월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 순위 톱 10에도 구독형 VOD 서비스 앱 중 유일하게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웨이브에는 지상파3사와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수많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의 VOD가 쌓여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성하게 된다. 웨이브가 출범식에서 공개한 첫 투자 대상 콘텐츠는 드라마 '녹두전-조선로코'다. 전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가진 드라마로 해외 시장에도 진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투자의 키워드는 선순환이다. 콘텐츠 투자가 유통수익과 가입자 수익으로 이어져 재투자의 기반이 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달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에서 아시아 콘텐츠 허브를 제안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제공]


◆한국 넘어 아시아로… 한-아세안 정상회의서 '아시안 무브먼트' 제안

SK텔레콤의 목표는 웨이브 가입자 늘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25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 '아시안 무브먼트'를 제안했다.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쳐 고유 문화 DNA를 바탕으로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박 사장은 아시아 전체가 글로벌 콘텐츠 제작을 위한 '팀'이 되자는 의미로 'T.E.A.M(Tech-driven Entertainment for Asian Movement)' 계획을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미 아세안 지역 청년의 1인 미디어 제작을 지원하는 스튜디오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이 제안한 아시안 무브먼트에서 웨이브는 아시아 시장을 아우르는 미디어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코리안 웨이브를 아시아의 웨이브로 만들어 아시아 전체가 협업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250여개로 분절된 OTT로는 아시아의 가치를 담는 대작을 만들기 어려워서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글로벌 OTT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디즈니와도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디즈니 입장에서는 지상파3사와 손을 잡게 되면 대규모 투자 없이도 한국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박정호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디즈니와 만났고 재밌는 것을 가져왔다"고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티브로드와의 전략적 사업 통합, OTT 출범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가입자 규모를 확보하겠다"며 "이를 통해 한국의 미디어 생태계에 기여하고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