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망 이용료' 역차별 막을 가이드라인 공개... '통신사-CP 입장 극과 극'

2019-12-05 16:29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CP보다 더 많은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불하는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통신사는 정부의 망 이용료 조정 개입에 찬성했으나, 인터넷기업들은 가이드라인으로 역차별을 해소할 수 없고, 기업 간 계약 사항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반을 구성해 만든 가이드라인을 이날 처음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은 국내 CP가 통신사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할 때 구글(유튜브)과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CP 대비 불리한 조건에 있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통신사나 CP는 서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에게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망 이용 계약을 체결할 때 이용대가 이상을 요구할 경우 그 사유를 명확히 제시하도록 했다.

불공정행위도 규정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계약을 수용하는 경우와 상대방이 제시한 안을 불합리한 사유로 지연시키거나 거부하는 경우, 제3자와 인터넷망 이용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부하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불공정행위에 포함됐다. 다른 계약 조건과 비교해 상대에게 불리한 이용조건을 요구하지 못하게 했으며, 이면 계약을 요구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통신사는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을 환영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 이용자의 접속경로를 바꾼 사례와 글로벌 CP가 망 이용계약을 회피하는 문제를 언급하며, 더 이상 기업 간의 자율로 이 같은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은 “최근 ICT 시장은 대형 글로벌 CP의 협상력 우위와 지배력 편중으로 이용자 보호, 공정경쟁 문제 등에 있어 시장에서 자율적인 문제 해결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합리적인 규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다만 통신사는 해외 CP에 규제가 미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가이드라인을 넘어 관련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가이드라인 내 일부 조항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다. CP가 과도하게 트래픽을 유발해 통신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을 경우에 통신사가 전송속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해달라고 했다.

반면, CP 측은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를 반대했다. 기업 간의 계약은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이드라인 내용 또한 통신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가이드라인 11조는 CP의 트래픽 경로 변경, 트래픽 급증으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CP는 통신사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이 통신사가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으로 CP에 불리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CP의 입장이다.

또한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어, 가이드라인은 이중규제가 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김재환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가이드라인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통신사를 위한 것”이라며 “시장에서 맺어지는 망 이용계약은 다양한 조건과 각각의 환경을 고려해 여러 가지 형태로 맺어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공청회 현장.[사진=정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