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브루킹스연구소 "中, 북핵 보유 현실에 순응"

2019-11-27 17:22
"중국, 대북 제제 이행 저지할수도"

북한과 미국간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홈페이지에 게재한 '순망치한: 북·중관계 재건(Lips and Teeth: Repairing China-North Korea Relations)'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다.

보고서는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을 보유한 현실에 중국이 ‘순응(reconcile)’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중 협력을 견인했던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 동안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에 찬성하는 등 북한에 압박을 가하며 북·중 관계가 침체기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한국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이자 자칫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한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보고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핵을 가진 북한과 함께 살기 위해 준비하는 징후들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 “미국의 역내 영향력이 쇠퇴하고 한·미동맹에 마찰이 불거지고 이와 동시에 한·미·일 3자 안보협력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봄부터 급증된 북·중 고위급 교류 등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관계 개선 행보가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향후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이행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대다수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이 새로운 현실에 대한 대안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비어 전 차관보는 "중국은 북한이 앞으로 핵 보유국으로 남을 것이고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현실을 체념하며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북핵 문제 '해결'보다는 '관리'에 방점을 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지어 미국조차 중국과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의 불확실성이 크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순망치한: 북중관계 재건(Lips and Teeth: Repairing China-North Korea Relations)' 보고서. [사진=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