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레이더] 정쟁으로 계류 중인 '유아 생명보호 5법'

2019-11-27 00:00
당정 “더 이상 피해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 없도록 법·제도 정비할 것”

‘어린이 교통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국회 차원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민식이법·하준이법·해인이법·한임이법·태호·유찬이법’ 등 피해 아동의 이름을 딴 ‘유아 생명보호 5법’이 발의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국회의 정쟁 속에 계류돼 안타까움을 더하는 모양새다.

2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대책 당정협의’를 열고 “더 이상 교통안전사고 피해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이 없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고가 날 때마다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이 발의됐지만, 때로는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며 “국민적 관심이 높은 지금이 법안 처리 적기다. 교통안전을 체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해 법안 처리를 차질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올해 안에 반드시 ‘유아 생명보호 5법’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야당을 설득해 법안소위조차 오르지 못한 법안들을 오는 28일 행안위 법안소위에 올려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안별로 살펴보면, ‘민식이법’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시의 한 스쿨존 내에서 차량에 치여 사망한 고 김민식 군 사고를 계기로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스쿨존 내 무인과속방지 장비와 신호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지자체장 등이 스쿨존 내 과속방지턱과 속도제한 안전표지판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국회 문턱에 한 걸음 다가갔다. 또다른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은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하준이법’은 지난 2017년 서울랜드 주차장 사고로 숨진 고 최하준 군 사건을 계기로 민홍철 민주당 의원과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해당법에는 △운전자 주차시 안전조치 의무 부과 △경사진 구역에 주차 안내표지판 설치 의무화 △지자체장 주차장 경사도 실태조사 △주차장 고임목 설치 및 안내 표지 부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 25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하준이법이 통과된 만큼 향후 본회의 처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밖에 ‘해인이법·한음이법·태호·유찬이법’ 등은 법안 소위에서조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해인이법’은 지난 2016년 4월 용인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어린이집의 응급조치가 늦어 이해인 양이 사망하는 사고를 계기로 같은 해 8월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법안에는 ‘13세 미만 어린이에게 위급한 상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 누구든지 응급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조치를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사고를 방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한음이법’은 지난 2016년 7월 광주의 한 특수학교에 다닌 박한음 군이 동행 교사의 방치로 통학버스 안에서 숨진 사건을 계기로 당해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한음이법에는 ‘통학버스 안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주 내용으로 한다. 한음이법도 해인이법과 마찬가지로 3년 넘게 해당 상임위인 행안위에 방치된 상태다.

‘태호·유찬이법’은 지난 5월 인천 송도의 사설축구클럽 통학차량에 타고 있던 김태호·정유찬 군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다.

사고 당시 태호·유찬이가 타고 있던 차량은 노란색 승합차로 부모들도 어린이통학차량으로 생각했지만, 사설축구클럽은 법이 규정하는 어린이통학버스 운영 대상이 아니었다.

법적으로 어린이통학차량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호자가 탑승하거나 탑승 어린이에 대한 안전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태호·유찬이법에는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어린이 탑승·운행 자동차,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 포함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에 체육 교습 업종 포함 △운전자 및 운영자 의무사항 강화 △통학버스 교통법규 위반 정보 해당 시설 홈페이지 공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어린이교통안전대책 논의하는 당정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민갑룡 경찰청장, 박백범 교육부 차관, 구윤철 기재2차관 등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대책 당정협의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