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영상)] 나이든 삼척중앙시장, 노브랜드·청년몰 덕에 젊어졌다

2019-10-25 05:25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0호점 개장...민-관-기업 첫 협력 성과
20년간 빈 공간에 활력...키즈라이브러리·&라운지 등 맘카페서 벌써 입소문


이마트는 삼척시, 상인회와 협력해 24일 삼척 중앙시장 C동 2층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0호점을 오픈했다. [촬영=석유선 기자] 


“아유, 여러 말해 뭐해~그냥 너무 좋아. 시장이 모처럼 활기가 넘치네. 여러분처럼 젊은 언니오빠들 많이 왔으면 싶구먼.”

24일 오전 강원 삼척시 진주로 삼척중앙시장에서 30년째 수산물을 판매해온 상인 최손월(68)씨는 살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마트가 삼척중앙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0호점을 오픈한 이날, 60~70대 나이지긋한 상인들은 20~30대 젊은 손님을 맞을 생각에 모처럼 설레는 표정이 가득했다.

정종광 상인회장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와 청년몰을 통해 삼척중앙시장을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구인 삼척의 명소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24일 강원 삼척시 삼척중앙시장에 들어선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와 청년몰을 알리는 현판 [사진=석유선 기자]



1770년 읍내장이었던 삼척중앙시장은 1975년 상설시장으로 변모, 삼척일대 탄광산업의 융성으로 연일 인파로 북적였다. 그러나 탄광산업 쇠퇴와 소비패턴 변화로 소비자의 46% 이상이 50대 이상인 ‘나이든 시장’이 됐다. 550여개 매장 중 167곳이 20여년 간 텅빈 채 시장은 침체를 거듭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들어선 삼척중앙시장 건물 C동 2층도 한때 탄광 인부들이 즐겨찾던 주점이었다가, 20여년째 방치된 곳이다. 이를 더이상 두고볼 수 없던 시장 상인회-강원도·삼척시-이마트 등 민-관-기업 3자가 처음으로 ‘전통시장 살리기’ 협력에 착수한 지 2년여만에 이날 결실을 맺었다.

삼척시가 시설 개선 사업과 청년몰 임대비 지원 등에 총 사업비 120억원을 투입했고, 이마트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외에 다양한 시설과 콘텐츠를 지원했다.

특히 삼척시는 청년몰 사업자에게 최대 12개월 임차료와 인테리어비 최대 60% 등을 지원했다. 또 청년몰 연계 공용공간과 각종 부대시설도 제공했다.

청년몰에 ‘이층칼국수’를 개업한 변준호 대표(34)는 “군 장교로 제대후 창업을 고민하다가 청년몰 조성사업을 알게 됐다”면서 “고향인 삼척에서 일할 수 있는데다 1년간 임대료 부담이 아예 없어 1인 창업이 가능했다. 열심히 해서 월 1300만원 매출을 노린다”고 말했다.

이마트로부터 최신 유통 트렌드와 점포운영 교육도 받았다는 변 대표는 “유통 1등 기업의 노하우를 듣게 돼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24일 삼척중앙시장에 들어선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서 한 시민이 손에 계란 한판을 쥔채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석유선 기자]


이날 개점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금새 시민들로 붐볐다. 주로 50~60대 여성 고객들은 가성비 좋은 제품에 시선을 빼앗겼다. 김향자(63)씨는 30구짜리 계란 한판(2980원)을 손에 쥔채 라면과 우유 등을 사느라 바빴다. 그는 “진짜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은 것 같다. 부담없이 구매할 슈퍼가 시장에 생겼네”라며 1만원 한장을 계산원에게 내밀었다.

312㎡(약 95평) 규모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가전·생활용품·가공식품 등 1000여개의 상품을 판매하지만, 삼척시장의 주력 제품인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과 건어물, 수산물은 취급하지 않는다. 담배·소주·맥주도 없다. 다만 와인은 판매한다. 이마트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휴무일도 다른 대형마트(2·4주 수요일)와는 달리 1·3주 수요일로 바꿨다.

노브랜드 옆에는 시장을 찾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특히 125㎡(약 38평) 규모의 ‘&라운지’는 휴식과 독서 공간으로, 신세계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에서 3000권을 기증해 미니 별마당도서관을 만들었다.

삼척시가 조성한 같은 층의 543㎡(약164평) 규모의 ‘SOS통통센터’(Support of One-Stop 統通)는 젊은 엄마들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138㎡(약 42평) 규모의 ‘어린이 놀이터’와 69㎡(약21평) 규모의 ‘장난감 도서관’, 55㎡(약17평) 규모의 ‘키즈라이브러리’가 한곳에 마련돼 벌써 입소문을 타고 있다. 

 

24일 삼척중앙시장 내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건물 2층에 함께 마련된 '키즈라이브러리'에서 아빠와 아이가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선 아동용 서적을 비롯해 장난감도 대여할 수 있다. [사진=석유선 기자]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업고 온 장금희(29)씨는 “남편 회사 때문에 삼척에 이사 온지 얼마 안돼 육아 고민을 하던 차에 이런 곳이 생겨 너무 좋다”면서 “장난감도 빌릴 수 있고 차 한잔 하며 책을 볼 공간도 있다는 말을 지역 맘까페에서 듣고 개관 첫날 찾아왔다”고 반겼다.

삼척시는 상생스토어와 청년몰의 접근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승강기를 신설했고, 현재 147면인 주차장을 주차타워 형식으로 개선해 370면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여러 전통시장을 둘러봤지만, 최신식 승강기와 주차장을 갖춘 곳은 보기 드물다”면서 “삼척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삼척중앙시장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삼척중앙시장 건물 2층에 마련된 청년몰과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승강기(엘리베이터)를 통해 오갈 수 있다. 삼척시가 승강기와 주차타워 등 시설 개선에 약 12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사진=석유선 기자]


한편 기존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입점한 전통시장의 경우, 시장 인프라 개선 등에 따른 집객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016년 8월 당진어시장의 경우,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호점 입점 후 시장 주차장 이용 건수가 전년대비 그해 50.8%, 이듬해 54.5% 증가해 상생스토어의 고객 유치 효과가 입증됐다.

구미 선산 봉황시장은 2017년 6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오픈하면서 18개의 청년상인으로 채워져 함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청년몰에는 입점 희망 대기자까지 생길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

지난해 7월 오픈한 동해 남부재래시장의 경우, 상생스토어 최초로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매장인데도 기존 잡화점 운영 때 보다 매출이 5배 늘었다. 시장의 하루 평균 방문객도 400~500명 가량 증가했다.

피범희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담당 상무는 “이마트와 상인회 양자가 만들어온 실질적인 상생 노력이 이번 삼척에서는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업을 등에 업고 한층 견고해졌다”면서 “조만간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1호점, 12호점이 곧 문을 여는 등 전통시장과 상생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