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미래차 핵심 동력 ‘배터리’ 기술 확보에 사활
2019-10-23 15:57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배터리업체와 잇달아 손잡으며, 미래차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한 공격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기존 내연 기관 중심의 기술만으로는 현상유지는커녕 존폐의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업체들도 시장 확대를 위해 합종연횡에 나섰지만, 장기적으로 제 살 깎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GM, 폭스바겐, 도요타 등 주요 업체들 ‘짝꿍 찾기’ 한창
2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전기차 배터리 기술 확보 전쟁의 전초전에 들어갔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북미 등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 완성차업체 GM은 최근 국내 배터리업체 LG화학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50대 50 지분 출자해 GM공장이 위치한 미국 오하이오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파업 중인 현지 노조의 달래기용으로 합작법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이라며 “LG화학 측면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 등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인 행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도 과거 내연기관차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전략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모비스가 LG화학과 각각 51%, 49% 지분을 투자해 2010년 만든 전기차 배터리팩업체 HL그린파워을 통해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든 제품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장착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자체적으로도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완성차업체 도요타도 자국 배터리업체 파나소닉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중국 지리차도 지난 6월 LG화학과 각각 1034억 원을 출자해 배터리 제조를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완성차업체 ‘빈패스트’도 지난 4월 LG화학과 현지에 전기차와 전기오토바이에 사용되는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의 설립계획을 공표했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미래차 시장의 패권은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느냐가 판가름할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합종연횡은 이 같은 주도권 싸움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업계 ‘제 살 깎기 우려’
다만 국내 배터리업계 일각에서는 그 반작용에 대한 걱정도 크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업체가 일부 완성차업체와 협업하게 되면 그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거래처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완성차업계가 배터리 원천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결국 시장 대부분을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은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완성차업계와 배터리업계 간의 경쟁구도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배터리 공급계약 시 협상 우위에 있는 완성차업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강화와 원가 절감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세일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는 24만5240대를 기록한 테슬라가 차지했다. 이어 중국 비야디(BYD·22만9339대), 르노-닛산-미쓰비시(19만2711대),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16만5369대), BMW그룹(14만2217대) 순이었다. 현대·기아차는 같은 기간 모두 9만860대 판매해 8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