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서양호 중구청장 "주민자치의 꽃, 동(洞) 정부 실현에 매진할 것"

2019-10-22 11:29
공로수당·구 직영 교육은 중구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
세운구역 재개발 대로변은 개발, 안쪽은 중소규모 재생으로
중구 걸어서 100바퀴, 새벽 출근길에 주민 민원 청취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이 22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구가 추진하고 있는 동(洞) 정부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방자치는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만족도의 문제다. 생활구정의 효과를 높이고 지방분권을 실현하려면 공공서비스와 생활 인프라가 주민 생활에 더 밀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서비스의 기본 축을 동으로 바꾸는 동(洞) 정부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서양호 서울시 중구청장은 22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정부, 서울시와 주민을 연결하는 톱다운(하향식) 방식이 아닌 주민들의 요구를 전달하고 실현하는 보텀업(상향식) 방식의 구정을 실현코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 정부란 기존 구청 공공서비스의 기본 축을 동주민센터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주민센터에서 주민이 원하는 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예산도 주민이 직접 편성한다. 중구는 각 주민센터에 동정부팀을 꾸리고 주민자치위원회를 자치회로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 구청장은 "예를 들어 아파트 인근 공원과 재래시장 옆 공원, 지하철역 주변 공원의 쓰임새가 각각 다르다"며 "구와 시가 일괄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큰 방향만 설정해주고, 동 실정에 맞게 세부적인 내용들은 동에서 자율권을 갖게 하면 주민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서 구청장은 이어 "중구는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서울시 자치구 중에 가장 높고 그러다보니 동시에 아이들 수는 부족한 편"이라며 "역사에 대한 존경(공로수당)과 미래에 대한 투자(교육)는 구정 운영의 키워드로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챙겨오고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역사에 대한 존경과 미래에 대한 투자에 올인

중구는 인구가 14만 명을 하회해 서울에서 단일 국회의원 1명을 내지 못하는 유일한 자치구이다.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특히 젊은 층의 유출은 구 존립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중구 내 초등학교 6학년이 중학생으로 올라가는 시기에 18% 정도가 다른 구나 시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중구는 구 직영 초등 돌봄교실과 국공립어린이집 구 직영화, 진학상담센터, 진로체험버스 등 '구 직영 교육 4종 세트'를 진행하며 청소년 유출을 막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 중구 특성상 교육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교육혁신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다. 교육혁신센터는 현재 공사 중인 동화동 공영주차장 부지에 지상 3층 규모로 들어서며, 내년 3월 개관이 목표다.

서 구청장은 "교육 때문에 젊은 부모들이 떠나지 않도록 교육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는 당사자인 자녀, 학부모, 구를 관리하는 구청까지 모두의 절박한 문제라 '올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구는 서울에서 제일 많은 37개의 전통시장이 위치하고 있고 그 주변에 살면서 생활이 어려운 85세 이상 독거노인의 비율이 높다. 서울시내 60대 이상의 고령층 인구 비율이 13%인 데 반해 중구는 17% 수준. 때문에 올해 2월부터 관내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대상자와 기초생활수급자 1만1800여명에게 매월 10만원씩, 연간 150억원의 '어르신 공로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서 구청장은 "공로수당은 우리나라 민주화와 산업화에 젊음을 바친 어르신들이 노후에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지를 보여주고 노인 빈곤이야말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 것을 알리는 데 배경이 있다"며 "시행 초기에는 현금 복지 논란에 휩싸여 정책의 논지가 흐려지기도 했지만, 신청률이 99%에 이를 만큼 어르신들의 관심이 대단했고 중구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매달 공로수당 사용처를 분석하고 있는데 슈퍼마켓, 정육점, 음식점에서의 사용이 72%에 달한다"며 "어르신들 생활에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해서 이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재생에 선과 악 없다…갈등·이해관계 충돌 조율해야

세운재정비구역은 개발 시행사와 부동산 소유주, 그리고 세입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대표적인 재개발 지역이다. 대부분 중구에 포함된다. 올해 초 세운3구역에서 그동안 묵었던 갈등이 커지면서 연말까지 사업이 중단됐다. 개발과 경쟁력 논리에 기계정밀, 공구 등 기존 도심산업이 밀려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서 구청장은 "개발은 선이고 재생은 안된다, 개발자의 이익은 악이고 재생·보존은 선이라는 식의 양 극단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쪽 가치를 위해서 정비 방향을 잡을 수도 없는 곳이 세운구역이다. 대로에 접한 면은 개발로, 안쪽 구역은 중소규모 재생으로 가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주거지역 아파트 재건축도 노후화된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개인의 소유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주민들의 합의에 의해서 주민의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 또한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내에 있는 쪽방촌에 대한 현실적 지원도 필요하다"며 "구 차원에서 비영리법인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쉼터들을 공공형 쉼터로 운영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협의해서 주거환경개선 지원금을 받아 공공과 민간의 역량을 함께하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고 덧붙였다.

◆"주민 만족도 개선, 현장에 답이 있다"

서 구청장은 주민들의 신뢰가 결국 큰 전략과제와 사업을 하는 힘과 동력이 돼 중구의 지도를 바꾸는 일까지 가능케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청장이 되려고 준비하던 당시에 중구를 걸어서 100바퀴가량 돌았다. 그때의 절박했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올해 2월부터 집에서 구청까지 걸어서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사소하고 작은 생활상의 불편을 새벽 출근길에 들으면서 바로 해결하는 것이 변화의 첫 걸음이라는 생각에서다.

지난달 22일 대형화재가 발생한 서울 중구 제일평화시장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도 눈에 띈다. 중구는 화재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즉시 현장상황실을 설치해 시장 상인과의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현장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당시 3층은 전소되고 다른 층들도 큰 피해를 입었는데, 구는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위해 시장 건물 앞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옥외 공지에 69개 천막, 600개 임시 점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중구청 직원 462명을 동원해 상인들의 귀중품과 피해물품들을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구는 피해점포에 대한 긴급복구비와 융자지원 등 다각도로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피해점포를 위해 점포당 200만원의 긴급복구비를 지원한다. 또한 서울시 20억원, 중구 20억원, 행정안전부 10억원, 추가 시설지원금 8억여원 등 총 58억여원이 긴급복구비용으로 지원된다. 피해상인들을 위한 융자도 연리 1.5%에 최고 2억원 범위 내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구는 재해구호성금을 마련하기 위해 '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를 통해 후원성금 계좌를 개설하고 모금 참여를 독려 중이다.

서 구청장은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 22일 이후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빼놓지 않고 방문해 현장 상황을 직접 챙겼다. 그는 "공사가 최소 4개월 동안 진행되는데 임시사업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지주 관리단과 상인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제일평화시장이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바람이다. 구청장인 저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