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9개월 만 다시 북·미 담판 무대로…'평화 중재자' 역할에 주목

2019-10-04 17:43
지난 1월 남북미 북핵 수석대표 '합숙담판' 이후 9개월 만
스웨덴, 1차 회담 때도 장소 제공 등 '역할론' 내세워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약 8개월 만에 실무협상이 재개되면서 협상 장소인 스웨덴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미 실무협상단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4일 예비접촉과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한다. 양측은 이번 협상을 통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관계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이행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실무협상이 이뤄지는 스톡홀름은 지난 1월 남북미 북핵 수석대표 간 ‘합숙담판’이 이뤄졌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합숙담판’에는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참석했었다.

9개월 만에 다시 북·미 담판의 무대가 된 스톡홀름은 북한과 미국 협상팀이 모두 본국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제3국이다. 북한과 미국 모두 시차가 비슷한 유럽 국가 가운데 북한 대사관이 있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이 이번 실무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측에 스웨덴을 협상 장소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스웨덴은 북·미 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지난 1973년 북한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스웨덴은 1975년 서방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했다. 이후 스웨덴은 북한 내에서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의 외교 이익을 대행하며 북한과 이들 국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또 지난해 6월 이뤄진 첫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정상회담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겠다며 ‘역할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스웨덴은 지난해 3월 이용호 북한 외무상을 초청해 당시 북한에 억류됐던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등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성공적으로 조율했다. 2017년에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석방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스웨덴의 중재자 역할이 이번 북미 협상에서도 효과가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중단됐던 비핵화 프로세스가 다시 가동된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중대한 갈림길에 설 것으로 점쳐진다.
 

북·미 실무 협상을 위해 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북부 알란다 국제공항에 도착한 북한 대표단이 함께 서 있는 모습.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등 북한 대표단은 이날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중국국제항공 항공편으로 출발, 오후 5시 40분께 스웨덴에 도착했다.     [사진=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