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국내 제약바이오…시장 위축 우려

2019-09-29 11:49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판매중지, 헬릭릭스미스 ‘엔젠시스’ 약물혼용 등 악재 잇따라

[사진=연합뉴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라니티딘 성분이 들어간 의약품에 대한 제조‧수입‧판매 중지 조치가 제약바이오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어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가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위장약 등)을 사용한 국내 유통 완제의약품(269품목)에 대해 잠정 제조‧수입‧판매 중지 및 처방 제한을 내리자 국내 제약업계가 혼돈에 빠졌다.

식약처는 지난 26일 국내로 수입되거나 제조돼 유통 중인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을 전부 수거해 검사한 결과,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7종에서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잠정관리기준(0.16ppm)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인체발암 추정물질(2A)이다.

◆국내 라니티딘 시장 2700억원 규모…업계 좌절

해당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133개 제약사는 혼란에 빠졌다. 당장 의약품을 회수하는 것도 일이지만, 사실상 라니티딘 의약품이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라니티딘 의약품 생산‧수입실적은 약 2700억원으로 확인됐다. 라니티딘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일동제약과 대웅제약 등의 경우 피해가 크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대웅제약 단일제 '알비스'와 복합제 ‘알비스D’는 지난해 각각 254억원, 1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동제약 '큐란'은 193억원, 한국휴텍스제약의 '루비수'는 57억원이 처방됐다.

라니티딘을 원료로 의약품을 제조‧생산했던 업체들은 적합한 원료의약품을 새로 찾거나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대상이 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진 만큼 다수 제약사가 라니티딘을 포기한 채 대체제품을 찾는 데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오락가락’ 발표 논란

식약처의 갈지자 행보가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식약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14일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됐다고 밝히자, FDA가 발표한 라니티딘 제품 중 한국GSK가 허가 받은 잔탁 3개 품목과 잔탁에 사용된 원료 라니티딘 총 35개를 긴급히 수거해 검사했다. 그 결과, NDMA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제조‧유통 중인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을 전부 수거해 검사한 결과, 국내 의약품에서는 잠정관리기준 수치를 넘었다고 발표하면서 혼란이 일었다. 식약처는 라니티딘이 불안정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NDMA 생성 위험에 상시 노출돼있다며 같은 원료의약품이라도 NDMA 검출 여부와 검출량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식약처 결정이 라니티딘 성분 완제의약품의 유해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강경한 조치만 내린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국회에서는 식약처가 발사르탄 사태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원료의약품 관리에 소홀했다며 비난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식약처는 원료약 안전기준 강화 약속도, 가이드라인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약속도 어겼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해외 발표를 확인하는 것 외에 식약처가 독자적‧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반복되는 식약처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의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라고 강조했다.

◆‘헬릭스미스’ 약물혼용…줄줄이 신뢰 하락하는 바이오

바이오업계도 먹구름이 꼈다.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가 식약처로부터 허가 취소된 이후 신라젠 간암치료제 ‘펙사벡’ 임상3상 중단, 에이치엘비 위암치료제 '리보세라닙' 임상3상 목표치 미달 등이 이어지면서 바이오업계는 계속해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최근에는 큰 기대를 모았던 헬릭스미스마저 약물혼용에 따른 임상3상 결론 도출에 실패해 충격을 더했다.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 임상3상에서 일부 환자가 위약(가짜약)과 엔젠시스를 혼용했을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위약군과 신약후보물질 투여군이 섞이는 임상오염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업계가 또 한 번의 암초를 만난 것 같다”며 “시장이 위축될까 우려되는 만큼 빨리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