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신뢰 강화하려면 한국 역할 중요"...北·美 핵담판 '노딜을 막아라'

2019-09-16 15:27
주스웨덴대사관 16일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장 방한기념 간담회
"미국, 북한과의 대화 준비됐다...한국, '北딜' 미국에 설득해야
스웨덴 북미실무협상 개최 가능성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댄 스미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시프리)소장(가운데 중앙)이 16일 스웨덴 대사관 주최로 서울 성북구 주한스웨덴 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한지연 기자. 아주경제 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평양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내 세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마침 한국을 방문한 국제 핵·안보 전문가들은 '하노이 노딜'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한국이 미국의 정책과 동일선상에서 매우 섬세한 밸런스(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는 김정은의 친서가 있었다는 설명을 미국 측으로부터 들었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실무협상 없이 3차 정상회담으로 가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실무진이 만나 일차 논의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1차 분수령은 이달 하순 개최가 예상되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다.

실무협상 시기와 장소, 의제 등 구체적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북·미 대화채널이 가동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도 22~26일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정상회담에 나선다. 비핵화 촉진자로서의 한국의 역할은 북한이 들고 올 비핵화 카드를 미국에 얼만큼 설득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한국을 방문한 국제 핵·안보전문가들은 성공적인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서는 두 정상이 '시간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댄 스미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시프리)소장은 이날 스웨덴 대사관 주최로 서울 성북구 주한스웨덴 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유는 북미 두 정상이 센토사섬의 교훈을 망각했기 때문"이라며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구체적인 준비과정이 필요한데, 둘 다(트럼프-김정은) 빠른 결과를 바라는 듯 보였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소장은 슈퍼 매파로 알려진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경질된 것도 북·미 협상의 긍정적 신호로 봤다. 그는 "하나의 장애물이 걷어졌다"면서 "(미국이)앞으로 나갈 수 있는 준비가 완료됐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묻는 질문에 스미스 소장은 "예스(yes)"라면서 "(북미 실무협상 개최)9월 말이 되기 전까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며, 실무협상을 통해 정상회담까지 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또 스웨덴이 판문점과 함께 북미 실무협상 장소로 거론된데 대해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현재로선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섀넌 카일 핵무장·군축·비확산 프로그램 본부장은 "한국이 어려운 입장에 있다"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열쇠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 쥐고 있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월드파워에 관한 문제"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국은 북미관계의 개선을 위해 계속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미국의 정책과 동일 선상에서 다양한 선택지 사이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남·북·미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이 사안이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고, 다급한 문제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시프리는 국제안보와 핵확산 방지 및 분쟁 연구를 위해 1966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독립 국제기구로 세계적인 권위를 갖는 싱크탱크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스톡홀름 끝장담판을 성사시키며 주목받았다.

2015년 연구소에 합류한 스미스 소장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북·미관계 강화 및 남북화해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야콥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는 "북미대화가 이달 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만큼 (시프리 측의)이번 방문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흥미로운 방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