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돌입에도 웃지 못하는 정유업계 “하반기도 어렵다”

2019-09-09 08:02

“지금까지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정유업계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드라이빙 시즌과 난방유 사용 증가 등 정유업계가 하반기 성수기에 돌입했지만 실적은 더욱 부진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연결기준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17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1.17%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412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반토막인 50.64%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GS의 경우 5108억원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12%가 줄어든 수치다.

4분기는 다소 회복세가 전망되지만,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개선은 쉽지 않으며 내년 1분기까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원유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폭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여기에 미국 원유 재고 상승과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상품가격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8월 넷째 주 기준 정제마진은 배럴당 5.3 달러다. 하지만 지난 셋째 주와 둘째 주는 각각 4.1달러와 4.9달러를 기록하는 등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정유업계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절대적인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유회사마다 고도화율이 다르다는 게 이유다. 정제마진이 1달러 떨어질 때 정유사의 영업이익은 분기당 2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상품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그간 가격 인상을 이끌 것으로 전망됐던 국제해사기구(IMO) 2020 영향 역시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시장 상황은 어려운 반면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것도 부담이다. 반기보고서를 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배터리사업 라인 증설에 9331억원, 석유사업 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에 2922억원을 투자했다. 앞으로도 석유사업 부문에 7000억원 이상 추가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TC2C기술(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 도입을 포함한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 투자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고도화율 유지를 위해 정비와 증설을 함께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영업이익이 나오지 않아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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