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 심화에 금융권도 '경고등'

2019-09-08 11:29
시중은행, 예대율 관리 위해 中企 위주 기업대출
경기둔화로 대출 수요 감소… 이자수익도 한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면서 그동안 다른 산업군에 비해 호황을 누려온 금융권에서도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관리를 위해 기업대출, 그중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는 추세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지난달 말 현재 대기업 대출 잔액은 73조7523억원으로, 전년 동기(75조5472억원) 대비 2.43%(1조7949억원) 감소했다. 이들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11월까지 77조5474억원으로 늘었지만, 이후 내림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달 말 기준 434조510억원으로, 1년 전(405조178억원)보다 7.17%(29조332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꾸준히 늘어나며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는 정부 정책, 기업과 은행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대출 등 금융지원을 적극 권장해 왔고,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출 수요가 많다.

여기에 은행들이 예대율 관리를 위해 예대율 가중치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6월 말 현재 예대율은 신한은행(97.0%), 국민은행(97.7%), 우리은행(96.9%), 하나은행(97.3%) 등 100%에 가깝다.

예대율이 100%를 넘으면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 영업을 제한받게 된다. 예대율을 관리하려면 예금을 확대하거나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예금은 조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은행들은 주로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는 15%포인트 높이고, 기업 대출 가중치는 1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물가 하락세로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면서 일자리가 줄고, 그 결과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대기업은 더욱 투자를 꺼리고, 그나마 수요가 있었던 중소기업 중에선 경영난을 겪는 기업 위주로 대출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에 돈이 필요한 기업이 정작 돈을 빌리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인 대출 수요는 감소하는 추세"라며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NIM(순이자마진)은 하락세다.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의 2분기 NIM은 1.49∼1.70%으로, 1분기(1.52∼1.71%)보다 상단과 하단이 각각 0.01%포인트, 0.03%포인트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