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인맥·학맥까지 모이는 아시아나 인수전

2019-09-03 18:24

국내 2위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국내 1위의 대형증권사 미래에셋대우까지 막판에 합류하며, 흥행에 불을 붙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호남 인맥과 학맥이 아시아나 인수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아시아나에 대한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주식 6868만8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가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아시아나의 경영권을 잠재투자자에게 이전한다.

예비입찰 참여 기업에 대해서는 금호산업과 CS증권이 모두 비공개를 원칙으로 함구하고 있어 공식적인 확인은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은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둔 애경그룹, 사모펀드 KCGI 등 3곳으로 확인된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대우다. 이 회사는 현대산업개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자본의 분리) 원칙 등에 따라 직접 인수 주체가 아닌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과 고등학교 동문(광주제일고)이다. 이 같은 이유로 미래에셋대우는 범호남기업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면세점과 호텔 사업 등 부분에서 아시아나 인수 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경그룹도 이날 아시아나 예비입찰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다음 달 추려지는 인수 협상 대상 후보군(쇼트리스트)에는 포함돼 실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칼 2대 주주로 이름을 알린 KCGI도 아시아나 예비입찰에 참가했다. 다만 KCGI는 FI로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어떤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KCGI 강성부 대표는 "상세한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할 수 없다"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로서 남다른 아이디어로 항공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자 한다"고 전했다.

SK를 비롯해 한화, CJ 등 주요 대기업들은 당초 예상과 달리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이날도 “인수에는 관심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금호산업과 CS증권 측이 입찰 참여 기업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인수전에 참가한 기업이 있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금호산업과 CS증권은 약 1주일 안에 쇼트리스트를 추리고 1개월가량 실사를 거쳐 우선인수협상 대상자 선정과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 매각 작업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은 구주 인수대금 약 4500억원에 신주 발행액, 경영권 프리미엄(20∼30%)까지 얹으면 1조원 이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까지 '통매각 방식'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매각 가격은 1조5000억원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많은 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러나 미래에셋대우 등의 3파전이 치열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채권단도 기대감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연합뉴스]